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와 거래하면서 서면으로 약정을 맺지 않거나, 민감한 경영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 부당한 ‘갑질’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납품업체 5곳 중 1곳은 이런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도 유통업 분야 서면실태조사’ 결과, 서면미약정,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부당반품, 판촉비용전가 등 불공정 거래가 여전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대형 유통업체를 상대로 법 위반 행위를 한 건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한 납품업자의 비율은 18.4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편의점, 대형서점 등 53개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1만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이뤄졌으며 납품업체가 가운데 1761개가 조사에 응했다.
거래상대별 납품업체의 법 위반 경험비율은 전문소매점(23.8%)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백화점(23.4%), 대형마트(18.5%), 홈쇼핑(16.0%), 편의점(15.32%), 대형서점(15.28%) 순으로 높았다.
납품업체들이 겪고 있는 주요 불공정행위 유형은 서면미약정 행위,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부당반품, 판촉비용전가 행위 등으로 나타났다.
서면미약정은 모든 업종 형태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발생했으며 TV홈쇼핑은 판촉비용 전가행위, 대형서점과 인터넷쇼핑은 부당반품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1761개 납품업체 가운데 4%(71곳)는 거래기본계약이나 판매장려금 지급, 판촉사원 파견, 판매촉진비용 부담 시 서면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거나 나중에 체결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납품업체 1.76%(31곳)는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부당하게 경영정보 제공을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주로 다른 유통업체 매출관련 정보(16곳), 상품 원가 정보(14곳), 다른 유통업체 공급조건(11곳)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고객변심, 과다재고 등으로 인한 부당반품은 납품업체 1.8%(31곳), 판촉행사 비용 과다 부담은 납품업체 1.7%(30곳)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개선해야 할 거래관행에 대해서는 대형마트·백화점은 물류비와 판촉행사비 부담을, TV홈쇼핑·인터넷쇼핑은 구두발주 후 판매되지 않은 수량에 대한 방송 취소·거부나 낮은 납품가격 강요 등을 꼽았다.
송정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유통분야에서의 불공정거래 행태가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 위반 혐의가 있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서는 직권조사 등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판매장려금 부당성 심사지침 등 지난해 유통 분야에서 추진된 주요 제도개선 사항에 대한 이행점검과 함께 납품업체들이 언급한 거래관행 등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