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부산에 자리한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는 각종 비행기의 '종합병동'이었다. 수십 만평의 대지 위에 들어선 격납고안에선 24시간 비행기들을 대상으로 한 '수술'과 각종 부품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미국 본토에서 날아온 전투기와 헬기들까지 이 곳에 들어와 점검을 받는다. 1978년 국군 및 미군 항공기 정비사업을 시작한 이래 3500여 대의 군용기를 정비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대 군용기 정비기지가 된 탓이다.
병원으로 치면 피부과에 해당하는 'Paint Hanger'에서는 보잉 747-400 항공기 한 대가 '새로운 살갗'을 이식받고 있었다. 10일 예정의 작업에서 7일째 과정에 돌입한 이 항공기는 기존의 디자인이 모두 지워진 채 하늘색으로만 덮여있었다. 대한항공이 래핑을 하고 있는 336번째 항공기로 곧 화려한 디자인을 갖게 될 것이다. 이재춘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부장은 "래핑 역시 20가지나 되는 복합한 공정이다. 어떤 상황이라도 도색이 벗겨지면 제작 쪽의 불량"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본 ·미국 등의 공군기지에서 온 전투기와 헬기들은 주로 '신경 치료'를 받는다. 1980년에 제조된 A-10 전투기 한 대는 조종석 계기판를 디지털로 바꾸어 전자전 성능을 향상시키는 업그레이드 작업을 받느라 곳곳이 해체된 상태였다. '탱크 킬러'란 별명을 가진 이 전투기는 새로운 신경과 핏줄을 이식받은 후 하늘을 날게 된다. 등뼈에 해당하는 부위와 날개까지 교체하면 거의 새 것이나 다름 없다. "이 작업을 거치면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전투기를 거듭난다"며 공정 담당자는 자랑스러워했다.
F-15 전투기 한 대는 기존의 캡톤 재질 와이어를 신축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테프론 재질 와이어로 전량 교체하는 중이었다. 이 작업은 1만5000여 가닥의 와이어를 재장착해 각종 장비들과 정확하게 연결해야 한다.
항공기 중정비 공장에서 오장육부를 드러낸 보잉 747-400 항공기 두 대는 '내시경 치료'를 받고 있었다. 모든 항공기는 2년마다 C체크, 6년마다 D체크를 받아야 한다. C체크에만 15~20일이 소요된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만 운항이 가능하다.
또 다른 항공기 중정비 공장에선 여객기에서 화물기로 개조된 비행기 한 대가 점검을 받고 있었다. 내부 좌석을 뜯어낸 바닥엔 화물을 옮기는 레일이 깔렸다. 이 역시 3~6개월이 걸리는 험난한 작업이다.
푸른 작업복에 안전모를 쓴 정비사들이 비행기에 매미처럼 딱 달라붙은 채 일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 안도감이 든다. 아, 항공기는 안전한 거구나. 이 곳에선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만이 의사가 아니란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