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51) KIA 감독은 지난 30일 삼성과의 원정 개막 2연전을 마친 후 여운이 남는 말을 남겼다. "오늘 경기를 올 시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거울로 삼겠다. 선수들도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 됐을 것이다." 선 감독은 평소 경기 뒤 짧은 멘트를 남기고 자리를 떠나는 편이다. '거울',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라는 단어가 사뭇 낯선 이유다.
삼성과의 대구 개막 2연전은 선 감독은 물론 KIA에 특별한 의미였다. 절대적인 우위로 평가됐던 '라이벌' 삼성과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고 시범경기 내내 부진했던 외인 선발 홀튼의 가능성을 봤다. 반면 잦은 실책과 토종 에이스 송은범의 부진 등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던 대구 2연전이었다.
빛, 홀튼과 발빠른 선수들의 부활
KIA 스카우트팀은 지난 시범경기 기간 동안 미국에 있었다. 현지를 둘러보며 외인 선수 명단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 컸다. 그러나 올 시즌 영입한 홀튼과 어센시오의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결과가 좋지 않자 외국인 선수를 조기 교체하려는 것 아닌가 라는 의심도 받았다.
일본 퍼시픽리그 다승왕 출신인 홀튼은 그동안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11일 넥센전을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16일 두산전에서는 3이닝 3피안타 4볼넷 3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22일 LG전에서는 6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불안함 속에 시작한 정규시즌 첫 경기 결과는 상당히 좋았다. 홀튼은 지난 29일 삼성과의 원정 개막전에서 6이닝 동안 4피안타 6탈삼진 3볼넷 1실점으로 막으며 팀의 2-1로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구속이 전성기보다 떨어진 시속 141㎞에 그쳤지만 삼성 타자들은 홀튼의 낙차 큰 커브 앞에 타이밍을 빼앗겼다. 선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홀튼의 경험을 믿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삼성에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뒤 "홀튼이 제 몫을 다 해줬다"며 모처럼 밝게 웃었다.
발 빠른 선수들의 활약도 이틀 연속 이어졌다. '슈퍼소닉'의 부활을 알린 이대형은 지난 주말 8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렸고, 신종길 역시 7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29일 1점 차 상황서 9회 이승엽의 1루수 방면으로 빠지는 날카로운 타구를 잡아낸 '이적생' 김민우 역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림자, 실책과 송은범의 부진
KIA는 지난 30일 총 3개의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며 5-8로 졌다. KIA는 4회 2루수 안치홍이 연이어 실책 2개를 저지르며 2실점했다. 경기 초반 안치홍의 실책이 나오자 좌익수 김주찬 등도 연달아 하지 말아야할 실수를 했다. 김주찬은 6회 나바로의 타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했다. 이날 KIA의 8실점 중 자책점은 4점. 실책이 없었다면, 승리할 수도 있었다. KIA는 팀 분위기가 가볍지 않은 편이다. 팀원이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거나 경기에서 대패하면 분위기도 함께 떨어진다. KIA가 올 시즌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선 감독은 정규시즌을 앞우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송은범을 윤석민의 대체자로 꼽았다. 올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를 맞이하는 그는 자신과 팀을 위해서 분전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30일 5⅔이닝 동안 9안타 7실점하는 등 부진했다. 7점 가운데 자책점이 3점.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경기였지만 구위도 압도적이지 못했다. 마해영 XTM 해설위원은 "송은범의 장기는 제구력인데, 절정기 때 같지 않다. 선발의 역할은 많은 공을 던지지 않고 아웃카운트를 잡는 것인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KIA는 오는 1일 홈인 챔피언스필드에서 NC와 3연전을 치른다. 선 감독이 말했듯 대구 2연전을 거울삼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