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극 '태양은 가득히'의 시청률이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방송분은 역대 드라마 시청률 최저 3위를 기록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전국시청률은 2.2%. 전날보다 0.1% 떨어졌다. 1991년 국내에서 시청률 조사가 시작된 후 지상파 드라마 중 뒤에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더군다나 아직 '태양은 가득히'가 2회 방송이 남아있어 시청률이 더 떨어질 여지도 남아있다. 이러다 최악의 시청률 드라마로 기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태양은 가득히'처럼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꼴찌'작품들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드라마사의 슬픈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작품들을 기록으로 살펴봤다. 왜 '태양은 가득히'가 이렇게 싸늘한 반응을 얻고 있는지 그 이유도 궁금하다.
▶'허준'은 핵폭탄… KBS는 '초토화'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2000년 6월부터 방송된 '바보같은 사랑'이다. 전국시청률 1.8%. 한국 드라마사에 '최저 시청률'로 한 획을 그었다. '바보같은 사랑'은 배종옥·이재룡 주연작으로 서로를 동정하고 이해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두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표민수 PD-노희경 작가의 명품드라마였지만 시청률을 품지는 못했다. 그나마 평단과 마니아 시청자들로부터 엄청난 호평을 끌어낸 게 위안이 됐다.
드라마 '사육신'은 1.9% 시청률로 불명예작이 됐다. 이 작품 역시 평론가들에겐 사랑을 받았다. 평단도, 대중도 외면한 작품은 '가을소나기'다. 정려원·김소연·오지호가 출연했다.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병간호 하다 아내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는 다소 위험한 소재였다.
한류스타도 최저 시청률 앞에서는 체면을 구겼다. 김현중 주연의 '장난스런 키스' 장근석 주연의 '예쁜 남자'도 최저시청률 톱10에 드는 2%를 기록하며 쓴 맛을 봤다.
역대 최저 시청률 10을 기록한 작품들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당대를 주름잡은 드라마들과 동시간대 경쟁을 했다는 점이다. 특히 MBC '허준'은 무려 네 작품을 '보내버렸다'. '허준'은 1999년 11월 29일부터 2000년 6월 27까지 방송됐다. 이병훈 감독과 최완규 작가의 작품으로 '동의보감' 저자 허준의 인생과 동양의학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 최고 시청률은 63.5%. 당연히 동시간대 방송된 작품들이 망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허준'과 동시간대 방송됐던 KBS 2TV '바보같은 사랑' '나는 그녀가 좋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SBS '도둑의 딸'이 '허준'때문에 최악 시청률 불명예를 안았다.
▶'태양은 가득히' 왜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나.
'태양은 가득히'가 이렇게 시청률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이유는 뭘까. 이 드라마는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총기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뒤바뀌게 된 두 남녀의 안타까운 인연을 그린 복수극이다. 방송초반 분위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여주인공 한지혜와 윤계상의 조합에 조진웅·송종호·김영철·전미선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조연이 잘 짜여졌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MBC '기황후'의 시청층을 전혀 끌어오지 못했고, 그나마도 SBS '신의 선물-14일'에 빼앗겨버렸다. 뒤늦게 월화극 경쟁 대열에 합류한 JTBC '밀회'에까지 밀렸다.
관계자들이 말하는 '태양은 가득히'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스토리 문제다. 복수라는 진부한 장치에 재미요소가 빠졌다는 지적. 인물간의 갈등관계가 부족해 공감을 끌어내기에도 힘들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복수'하나만으로 극을 끌고가기엔 요즘 드라마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 미드(미국드라마)를 능가하는 장르물들이 판을 치고 있는 요즘에 너무 진부한 복수극이었다"면서 "지난해 인기를 얻은 '비밀'과 설정은 거의 비슷한데 더 나은 구석을 찾을 수 없다. 게다가 봄꽃이 피는 날씨와는 전혀 다르게 너무 어둡고 칙칙한 극 분위기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이호규씨도 "너무 밋밋한 갈등구조가 문제였다. 초반부터 결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스토리가 걸림돌이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