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에 앞서 경기 스피드업 규정을 강화했다. 이닝 도중 투수 교체를 기록원 통보 시점부터 2분45초 이내로 못 박았고, 투수가 1루 또는 3루로 견제하는 척만 하고 공을 던지지 않을 경우 보크를 줘 시간을 끄는 행동을 막았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한 경기를 끝내는 데에 2012시즌보다 9분 늘어난 평균 3시간20분이 걸렸고, 관중은 전년도 715만 명에서 644만 명으로 약 10% 줄었다. KBO는 흥행을 위해 빠른 경기 진행이 필수라고 여겼다.
지난 7일까지 프로야구는 31경기를 했다. 경기 시간은 얼마나 단축됐을까. KBO에 따르면 올 시즌 프로야구는 평균 3시간20분이 소요됐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해와 차이가 없다. 3시간 미만 경기는 6경기로 20%가 채 안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3시간 이내에 끝나는 경기가 다수다. 7일(한국시간) 열린 15경기 중 12경기가 2시간대에 끝났다. LA 다저스 경기의 중계방송으로 빠른 진행에 익숙해진 팬들 사이에선 국내 프로야구가 지루하게 늘어진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시간을 잡아먹는 주범은 볼넷과 견제구, 투수 교체, 실책 등이다. 볼넷이 늘어나고, 견제구를 남발하고, 투수를 자주 바꾸고, 실책이 속출하면 경기 시간이 길어질뿐 아니라 재미도 반감된다. 하지만 이것은 야구 경기 내적인 요소로 제어할 수 없고 제어해서도 안 된다. 인위적으로 리그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야구 외적인 요소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야구는 축구와 농구 배구 등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멈춤이 무척 많다. 투수가 공을 던지기까지의 시간, 투수가 다음 타자와 승부하기까지의 시간, 바뀐 투수가 첫 타자와 상대하기까지의 시간, 공수교대가 이뤄지는 시간 등이 있다. 이 간격을 줄이는 게 경기 시간 단축의 해법이다.
KBO는 2009시즌부터 공수교대를 2분 안에 이뤄지도록 했다. 2010시즌을 앞두고는 주자가 없을 때 포수로부터 공을 받은 투수는 12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처음 위반시 경고를 주고, 두 번째는 볼을 선언한다. 경기 지연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이 규정은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12초를 넘기거나 20초 가까이 걸릴 때도 종종 있다. 투수 탓만 할 순 없다. 타자가 타격 자세를 잡은 뒤에야 투수는 공을 던지기 때문이다.
타자 중엔 불필요한 동작을 하는 선수가 꽤 있다. 장갑을 풀었다 조이고, 헬멧을 만지고, 땅을 고르고, 방망이를 휘두른다. 이 정도는 예사다. 공이 들어온 뒤 번번이 타석 밖으로 나가는 타자도 있다. 헛스윙과 파울, 위협구에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 타석을 벗어날 순 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나 볼이 들어온 뒤에도 타석 밖으로 나가는 행위는 시간을 꽤 지연시킨다.
한국 야구는 또 주자가 있을 때 경기가 늘어진다. 메이저리그도 주자가 있으면 투구 간격이 길어진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그 정도가 심하다. 주자가 없을 때보다 투구 시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 타자가 주루코치의 사인을 보고, 포수가 벤치의 사인을 받아 투수와 의견을 조율하는 데 20초 이상이 소요된다. 여기에 거의 모든 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 투구 간격이 길어져 공 1개를 던지기까지 30초 넘게 걸릴 때도 있다.
경기 흐름이 뚝뚝 끊어지면 긴장이 풀려 흥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투수는 '12초 룰'이 있다. 타자들에게도 그런 룰이 필요하다. 투수가 포수로부터 공을 받은 뒤 예를 들어 '8초' 정도 안에 타격 준비 자세를 취하게 하면 투수가 공을 던지는 간격을 줄일 수 있다. 투수처럼 첫 번째는 경고, 한 번 더 어기면 스트라이크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메이저리그처럼 타자 등장 음악 시간을 줄이는 조치도 고려해봄직하다. 수비 시간이 짧아지면 실책이 덜 나와 경기력 상승 효과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