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2'의 한국촬영 유치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서울 도심의 요지를 전면통제하면서 대대적으로 촬영을 지원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 정부가 나서서 '약 2조원의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추상적인 수치'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로케이션 지원정책에 따라 '어벤져스' 제작진이 한국에서 쓰는 비용의 30%를 우리 정부가 돌려준다는 발표가 나오자 영화계 내에서 "한국영화 지원 비용을 엉뚱한데 쓴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9일 현재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이 후반부로 가고 있는 상황. '어벤져스2'에 관한 잡음, 그리고 오해와 진실에 대해 살펴봤다.
▶로케이션 지원금 30%는 과한 액수? 싱가포르는 50%까지 환급해줘
'어벤져스2'의 한국촬영 유치 과정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우리 정부가 '어벤져스2' 측에 돌려준다는 '인센티브'다. 로케이션 인센티브란 각 나라 또는 지자체 등이 영화나 드라마 로케이션을 유치하는 댓가로 해당 촬영팀에 주는 혜택을 말한다. 대체로 촬영팀이 특정 국가 또는 지역에서 쓰는 비용의 일부를 돌려주거나 세액공제를 해주는 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의 일환으로 '어벤져스2' 측에 국내 집행비용의 30%를 현금으로 지원한다. 이 금액에 대해 '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SBS '현장21'은 8일 방송에서 "이번 로케이션 유치건은 지나친 환대"라는 분석을 내놨다. 뉴질랜드가 제작비의 15%를, 캐나다가 세액공제로 16%, 프랑스 또한 20%를 세액공제해주는 등의 조건을 내걸고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우리 인센티브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또한, '어벤져스2'의 한국촬영 예상비용을 130억원이라고 감안했을때 30%에 해당하는 총 39억원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 돈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이 아닌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충당된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영화발전기금으로 감당이 안돼 관광진흥개발기금까지 손대는거냐'는 말이 나왔다.
먼저 이 부분은 좀 더 명확하게 짚고가야할 필요가 있다. 애초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의 환급금 집행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소관이 아니다. 한국을 해외에 알리고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벌이는 사업인만큼 처음부터 관광진흥개발기금에서 이 비용을 해결한다는 설명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임우정 홍보팀장은 "'어벤져스2'의 한국촬영 지원금이 영화발전기금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영화발전기금은 한국영화 진흥을 위한 예산이라 해외영화 로케이션 지원금으로 쓸수가 없다. 명백한 오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로케이션 지원금 30%는 타 국가의 인센티브 정책에 비해 많은 편일까. 물론, 호주나 프랑스 등에 비해서는 높게 책정된게 사실. 하지만, 50%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싱가포르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말레이시아와 대만 역시 30%까지 현금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어벤져스2'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얼마나 좋아질지 또 관광수익이 실제로 늘어날지는 영화를 보고야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까지 동원해 도로 전면차단, 호들갑으로 봐야하나
서울 도심의 요지를 촬영지로 내주고 수백명의 경찰까지 투입한 사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된 상태다. 관련 기사 댓글 창 및 SNS에는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할리우드 영화 유치에 열 올리는 나라가 또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의 글이 쏟아졌다. '현장21' 제작진은 일본 경찰 측과의 통화내용을 제시하면서 '지금 한국의 조치는 좀 심한편'이란 결론을 끌어내는데 집중했다. "일본 내에서 촬영장에 대규모의 경찰을 동원하는건 흔치 않은 일"이란 현지 관계자의 멘트를 활용했다.
실제로 영화계 내에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울버린'이 일본 도쿄에서 촬영될때도 일본 정부가 지금 우리나라처럼 '난리법석'을 떨진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쿄의 경우 해외영화 로케이션 지원금 제도 자체가 없고 굳이 할리우드 영화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있다. 한 지자체 영상위원회의 관계자는 "도쿄는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도시다. 첨단도시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가진 곳이다. 그러니 굳이 해외영화 촬영을 유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도쿄에 비하면 서울은 인지도가 약하다.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에 대한 묘사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어벤져스2'에 너무 선심을 쓰는게 아니냐는 여론이 있는데 이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진다면 절대 과한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어벤져스2'로 인한 홍보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도 이 영화의 성공적인 로케이션 유치로 할리우드 전반에 긍정적인 소문이 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로케이션 지원정책으로 효과를 본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가 태국이다. 1970년대부터 '007'시리즈와 '스타워즈' 등 할리우드 대작의 촬영을 유치해 관광수익 증대효과를 누렸다. 2008년 이준익 감독이 '님은 먼곳에'를 찍으러 태국으로 갔을때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90일간의 촬영기간 동안 태국 군 시설까지 빌려쓰는 등 당시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혜택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의 성공사례가 있음에도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태국이나 '반지의 제왕'의 촬영지로 쓰인 뉴질랜드의 경우 그 나라의 자연경관이 영화 속에 멋지게 담긴 케이스인데 반해 '어벤져스2'는 도심에서 벌어지는 전투신을 주로 그린다는 문제점 때문이다. 충무로의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솔직히 '어벤져스2' 유치 건이 호들갑스러워보이는건 사실이다. 한국영화를 찍을때는 온갖 핑계를 대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더니 유독 할리우드에는 관대한 것처럼 보여 불편하다. 다만, 어차피 이렇게 일이 진행된 상태니 가급적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길 바라는게 대다수 영화인들의 마음"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