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하던 윤빛가람(24)과 김현(21)이 살아났다. 두 선수는 입을 모아 "제주는 강팀"이라고 했다.
윤빛가람과 김현이 연속골을 넣은 제주 유나이티드는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7라운드에서 전북 현대를 2-0으로 꺾었다. 후반 8분 윤빛가람이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27분 김현이 쐐기골을 꽂았다. 지난 2년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냈던 두 남자가 마수걸이 골을 넣으며 부활을 예고했다. 4승 1무 2패를 기록한 제주는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1강이라 꼽히던 전북을 잡은 제주는 밋밋하던 지난해와 달라졌다.
◇ "공 오는 것 무섭다"던 윤빛가람
한국에서 가장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고종수 이후 최고의 패스마스터로 꼽혔던 윤빛가람의 이야기다. 그는 경남에 입단해 바로 주전을 꿰찼다. 조광래 전 감독의 총애를 받으며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2년 성남으로 이적하며 꼬이기 시작했다. 윤빛가람은 "팀과 불화가 생기며 자신감을 잃었다. 당시에는 나한테 공이 오는 것도 무서웠다"고 떠올렸다. 지난해 제주로 팀을 옮겨와서도 윤빛가람은 부진했다. 그는 "자신감이 생기질 않았다. 나를 믿고 데려온 박경훈 감독님께도 죄송했다"고 했다.
올 시즌 윤빛가람은 달라졌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스스로 추락했다는 것을 느꼈다. 올해는 분명하게 살아나야겠다고 다짐했다"며 "박 감독님이 꾸지람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특히 목표를 묻는 질문에 팀을 먼저 생각했다. 윤빛가람은 "개인 포인트를 올리는데 집중했지만, 이제 팀이 먼저다. 제주가 3위 안에 들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표팀에 대해서도 솔직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것이 없어 월드컵은 힘들다 본다. 그러나 솔직히 욕심은 난다"며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기회는 올 것"이라고 했다.
◇ 친정팀에 팽당했던 김현
김현은 전북이 키운 1호 유스였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스카우트가 돼 전북 유스인 영생고에 들어갔다"고 떠올렸다. 영생고에서 김현은 군계일학이었다. 득점왕을 휩쓸며 기대를 모았다. 2012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부상으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여기에 이동국(35) 등 국가대표급 공격진이 포진해 있어 어린 김현이 뛸 기회는 많지 않았다. 김현은 2013년 성남으로 임대를 떠났다. 그러나 역시 부상으로 출전기회는 많지 않았다. 2년 동안 그는 13경기에서 1골을 넣는데 그쳤다.
이때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이 제주였다. 제주는 이상협을 전북에 내주고 김현을 영입했다. 전주대 교수였던 박경훈 감독은 영생고에 다니던 김현을 일찌감치 영입하고자 했다. 그리고 어린 그에게 9번을 달아줬다. 시즌 초 김현이 부진하자 중앙에서 측면으로 포지션 변경을 시켰다. 박 감독은 "부담을 덜어주고, 상대 압박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현 시프트는 바로 힘을 받았다. 그는 전북과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현은 "포항은 강팀이다. 좋은 승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