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만 13살의 어린 나이로 가요계에 데뷔한 보아는 그야말로 쉼없이 활동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아시아의 별'로 우뚝 섰고, SBS 'K팝스타'에서 소속사를 대표해 실력있는 신인들을 발굴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에는 KBS 2TV 2부작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로 연기자로 변신, 첫 출연 드라마라고 하기 무색할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스크린이나 안방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보아가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17일 개봉한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감독 듀안 에들러)에서 연기 신고식을 치룬 덕분이다. 3년 전 찍은 이 작품이 보아의 '진짜' 연기 데뷔작이다.
'메이크 유어 무브'에서 매력적인 댄서 아야 역을 맡은 보아는 자신의 특기인 화려한 춤실력과 함께 자신의 상대 배우 데릭 허프와의 달달한 로맨스를 선보였다. 할리우드 배우들과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뽐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보아는 "'영화 배우'로서 가진 첫 인터뷰가 어색하다"며 멋쩍게 웃으면서도 "앞으로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워낙 영어를 잘해서 영어로 대사하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을 것 같다.
"정말 어려웠다. 일상 생활 영어와 대사용 영어가 다르더라. 발음도 정확해야하고 감정전달도 잘 되야한다. 이전에 할리우드로 진출한 한국 배우분들이 워낙 영어를 잘해서 부담도 됐다. 부끄럽지 않을 만한 영어를 구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촬영 전 발음 교정 수업도 들었다."
-연기 데뷔작이 할리우드 영화라 부담이 됐을 것 같다.
"할리우드 영화라서 부담이 됐다기 보다 처음 연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됐다. 아마 정극 영화였으면 출연 결정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다행히 춤에 대한 영화였고 대사 보다 춤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출연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원래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나.
"이 작품 전에는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내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메이크 유어 무브'에 출연하고 점점 연기에 매력을 느꼈고 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무대 위에 서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더라."
-상대 배우 데릭 허프와 농도 짙은 커플 댄스를 선보인다.
"그렇게 진하게 표현될 줄 몰랐다.(웃음) 춤추는 장면은 거의 원 테이크로 촬영된다. 데릭 허프와 커플 댄스도 원 테이크로 촬영했는데, 춤을 추며 감정이 고조되다보니 표정도 더 리얼해지고 터치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데릭 허프도 춤에는 일가견이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서로 춤을 잘추려고 경쟁하게 되더라."
-데릭 허프와 연락은 자주하는지.
"서로 다른 나라에 있다보니까 자주 연락하지는 못한다. 영화 끝나고는 이메일도 많이 주고 받았는데 서로 바빠져서 요즘은 뜸해졌다. 이번 영화 홍보때문에 오랫만에 미국에 방문했을 때, 마치 어제 봤던 사람처럼 금방 장난을 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일적으로 만났지만 서로 땀흘리면서 힘든 춤연습을 하다보니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동방신기 유노윤호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촬영 중 유노윤호가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반가웠다. 유노윤호가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와서 촬영해줬다. 급하게 와서 딱 촬영만 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더라. 정말 고마웠다."
-연기 말고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진 않나.
"일단 연기를 시작했으니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영화에서 재일 한국인 역할을 맡았는데, 초기 설정은 일본인이었다고.
"감독님께 '한국인으로서 일본인 역을 하는게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영화가 실존하는 일본의 댄스팀 코부를 모티브로 했다. 또 타이코 드럼이라고 일본의 전통 악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아예 설정을 한국인으로 바꾼다면 영화의 기본 베이스부터 모조리 바꿔야 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협의 끝에 재일 한국인 캐릭터를 하게 됐다. 배역 이름이 아야도 처음에는 '아야코' 였다. 하지만 이름에서 너무 일본 느낌이 강한 것 같아 '아야'로 바꿨다."
-SM 소속 가수들의 연애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외롭지 않은가.
"연애를 하긴 해야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남자를 만나는게 더욱 어려워지는 것 같다. 대시를 해오는 남자도 거의 없다. 주변에 남자 동료들이 내가 연애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하더라. 나를 보듬어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 연예인이건 일반인이건 상관없다. 내가 가릴 처지가 아니다. 결혼은 40세가 되기 전에 꼭 하고 싶다. 좋은 남자를 기다린 김에 쭉 기다려 봐야겠다.(웃음)"
-완벽주의자 같은 이미지가 있다.
"일을 할 때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 집요하고 깐깐하게 굴 때가 있다. 하지만 실제 성격은 굉장히 털털하고 허당이다. 연예계 생활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힘들다. 그래서 대중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완벽하고 철저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는 사이 완벽주의자 이미지가 박힌 것 같다. 하지만 일상생활도 그런 모습으로 살면 너무 힘들지 않은가.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최대한 뒹굴거리며 편하게 있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