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인터뷰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있기 전에 진행됐습니다. 당초 4월 18일 예정이던 박정현의 새 미니앨범 '싱크로퓨전(SYNCROFUSION)' 발매는 세월호 참사 애도의 뜻으로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가수 박정현(38)도 어느덧 40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현의 이름 앞에는 여전히 'R&B 요정'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데뷔 16년째를 맞았지만 그 수식어가 아직도 어색하지 않은 건 맑은 보컬과 풍부한 표현력 덕분. 박정현은 1998년 '나의 하루'로 데뷔했을 당시부터 깨끗한 음색, 섬세함과 절제됨을 오가는 풍부한 표현력, 에너지 넘치는 가창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후 '사랑보다 깊은 상처' '피에스 아이 러브 유(P.S. I Love You)' '편지할게요' '꿈에'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또 015B·성시경·김진표 등 동료 가수들의 음반, 드라마 OST에 참여하며 16년 동안 쉬지않고 끊임없이 노래했다. 그 사이 표현력은 한층 성숙해졌지만 보컬에서 베어나는 '소녀감성'만은 그대로다.
이는 30일 정오 발표되는 신곡 '그 다음해'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 다음해'는 곧 발표될 새 미니앨범 '싱크로퓨전(SYNCROFUSION)'에 수록곡된 곡으로 박정현이 작곡, 윤종신이 작사한 노래다. 유려한 멜로디, 오래 만나온 연인들이 영원한 만남을 약속하는 달달한 가사가 연애세포를 자극한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정현은 "(윤)종신오빠에게 작사를 부탁한 뒤 애절한 곡이 되길 바랐다. 근데 가사가 생각보다 간지럽더라. 그래서 '너무 간지러운 곡'이라고 투정부렸다. 장기간 연애한 경험이 없어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고 웃었다.
-'그 다음해'는 곡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사랑에 빠진거냐.
"(윤)종신오빠가 가사를 잘 붙여준거다. 내가 처음에 멜로디만 만들어놨을 땐 엄청 애절한 가사가 붙을거라 생각했다. 근데 간지러운 내용의 가사가 만들어졌더라. '지쳤었던 싫어했었던 오래된 연인의 사랑은 너 없는 두려움이 이겨버렸어' 등의 가사 말이다. 나는 긴 시간 연애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표현하기 부끄럽더라. 그래서 종신오빠에게 '너무 간지럽다'고 투정부렸다. 신기한 건 노래 부를수록 연인과 여러 해를 지나며 드는 감정들이 느껴지는 거다. 내가 곡을 너무 쉽게 봤나보다.(웃음)"
-이번 앨범 프로듀싱은 윤종신과 그가 이끄는 프로듀싱그룹 '팀89' 소속 프로듀서 포스티노가 맡았다. 협업한 이유가 궁금하다.
"친한 뮤지션들과 작업해보고 싶었다. 윤종신·포스티노 모두 나와 오랫동안 함께 한 음악적 동료들이다.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 작업하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데뷔 16년만에 처음 작업 제안을 해봤다. 타이틀곡 '더블 키스(Double Kiss)'는 일렉트로닉한 곡이다. 반전 매력을 느끼실 수 있다."
-벌써 데뷔 16년을 맞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노래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마냥 감사할 따름이다. 데뷔 때부터 일이 생각보다 잘풀려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란 생각을 하며 활동했다."
-그 사이에 가수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나.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굴곡을 겪지 않나. 나 역시 그런 시기가 있었다. 가수 데뷔 초창기에는 그런 생각을 꽤 했다. 미국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게 힘들어서. 1996년 가수가 되기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부터 외로움을 느꼈다. 2년 뒤 가수로 데뷔한 뒤에는 음악이 안 나올 때, 어떤 음악을 해야될지 모르겠을 때 등 여러 일로 힘들어했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거 같다'싶어 '그만둬야 하나'란 생각이 스칠 때도 있었다. 결국엔 음악으로 견뎠다. 되돌아 생각하면 '포기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면 혼기가 꽉 찼다.
"계획은 하고 있다. 다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내 주변 친구들이 가정을 꾸리는 걸 보면서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데 '되면 하고 아님 말고'가 강하다.(웃음) 억지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5월 9일부터 18일까지 6회에 걸쳐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 카드홀에서 단독 콘서트 '싱크로퓨전'을 연다.
"2012년 이후 2년 만의 단독콘서트라 설렌다.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는 만큼 소극장 분위기를 마음껏 내고 싶다. 노래도 많이 부르고 가깝게 호흡하고. 꾸밈없는 무대로 아늑한 공연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