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선덜랜드)은 지난해 10월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더블 볼란치로 호흡을 맞춘 한국영(24·가시와)을 극찬했다. 브라질전은 한국영의 재발견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김남일(전북)을 보는듯했다. 마치 진공청소기 같았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12.2km를 뛰고, 가로채기도 23회나 기록했다. 정당한 태클로 네이마르(바르셀로나)와 마르셀로(레알 마드리드)의 볼을 뺏어냈다.
한국영은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엔트리에 들었지만 부상으로 낙마한 아픔이 있다. 하지만 방황하지 않고 조용히 칼을 갈았다. 박지성(에인트호번)처럼 그라운드 밖에서도 축구밖에 모른다. 일본 클럽은 선수가 팀 훈련 외 개인 훈련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한국영은 훈련장에서 30분 떨어진 공원에서 매일 몰래 개인 훈련을 했다. 일본 J리그에서 왼팔과 오른 손목이 부러졌지만 양팔에 깁스를 한 채 3-4경기 뛸 정도로 악바리다.
한국영은 2002년 한일월드컵의 김남일, 2006년 독일월드컵의 이호, 2010년 남아공월드컵 김정우에 이어 한국 축구 수비형 미드필더로 각광받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서도 기성용과 중원을 책임질 전망이다. 브라질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된 한국영은 12일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한 김남일 형을 보며 꿈을 키웠다. 태극마크는 아무나 달 수 없는 특권이다.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브라질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됐다.
"종아리 근육 부상 재활 중이었다. 구단 직원이 휴대폰에 스피커를 연결해 라이브 방송을 보여줬다. 같은팀 수비수 김창수 형의 이름이 먼저 호명됐고, 미드필드 부문에서 내 이름이 불렸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일본 동료들도 함께 기뻐해줬다. 홍명보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홍명보 감독이 이명주(포항) 대신 박종우(광저우 부리)를 선발하며 "미드필더 기성용과 한국영, 하대성(베이징궈안) 중 한국영 밖에 디펜시브 능력을 가진 선수가 없다. 한국영의 플레이가 앞으로 월드컵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면 옐로 카드나 그런 것에 대해 충분히 대비해야되는 입장에서 박종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에 각각 옐로 카드를 받아 3차전을 뛰지 못했다. 최근에는 생각보다 옐로카드를 받지 않는다. 브라질전에서도 경고를 받지 않았다. 거칠게 할 때와 거칠게 하지 않을 때를 판단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주의하겠다."
-'김남일의 후계자'로 각광받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그 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한 김남일 형을 보며 꿈을 키웠다. 남일이 형은 한국 축구 영웅이다. 미국전에서 산만한 체격의 선수들에게 둘러쌓여도 주눅들지 않았다. 열정적이고 지기 싫어하는 선수 같았다. 지난해 6월 A매치 데뷔전인 레바논전에서 함께 뛰었다. 내가 표정에서 긴장한 티가 났는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조언해주셨다.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지능적으로 길목을 차단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
-기성용이 브라질전 후 "국영이가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 팀에 희생하는 플레이를 펼쳤다"고 극찬했다.
"성용이 형은 우리나라 최고 볼란치 선수다. 클래스가 다르다. 둘이 함께 뛰면 복잡하지 않고 좋다. 정해진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성용이 형을 돋보일 수 있게 하는 게 내 역할이다."
-최근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성장을 도와준 J리그에 감사한다"고 말해 오해를 샀다.
"'19살 때 일본에 처음 와서 힘든 시간이 많았고, 그 때마다 따뜻한 말을 해준 코칭 스태프, 서포터스 등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달상 다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기자 설명: 2011년 삿포로에서 열린 일본과 평가전을 앞두고 기성용은 일본 기자의 아시안컵 원숭이골 뒤풀이 질문에 "당시 워낙 경기가 치열했고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간 일이고 잊었다"고 짧게 말한 뒤 자리를 피했는데, 다음날 일본 언론은 '기성용 사죄'란 타이틀로 기사를 낸 적도 있다.)
-브라질행을 앞둔 소감은.
"17일 J리그 경기를 치르고 18일 파주NFC에 합류할 예정이다. 런던올림픽 본선 직전 부상을 당했다.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쓰고 있다. 종아리는 다 나았다. 통증은 아예 없고, 대시하는데 문제 없다. 평소처럼 열심히 준비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극마크는 아무나 달 수 없는 특권이다.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