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축구대표팀이 재미와 경기 감각을 모두 잡는 '역발상 훈련'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 후 두 번째 훈련을 했다. 이날까지 입소한 13명의 대표 선수들은 홍명보(45) 감독의 지휘 아래 약 1시간 30분간 훈련했다. 선수들은 약 30분간 스트레칭과 러닝으로 몸을 푼 뒤 2대 1 패스와 원터치 패스 훈련을 했다. 전날보다는 다소 강도가 높았다.
눈에 띄는 건 본격적인 훈련 장면이었다.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서 살벌한 풍경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대표팀은 약 25분간 '축구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마치 놀 듯이 훈련했다.
대표팀은 '김신욱(26·울산) 조'와 '손흥민(22·레버쿠젠) 조'로 나뉘어 아이스하키 골대 만한 작은 골대를 두고 미니게임을 했다. 재미있는 건 양쪽 골대가 모두 그라운드 바깥쪽을 향하도록 해 놓은 것이다. 두 개의 골대가 서로 멀리서 등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이는 정면에서 슈팅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최대한 볼 터치 횟수와 세밀함을 늘리려는 홍 감독의 의도였다.
홍 감독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선수들은 빠르고 정확한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펼쳤고 골대 뒤에서 앞으로 센터링을 하거나 골대를 가운데 두고 패스를 돌리는 등 창의적 플레이도 연출됐다.
이날 훈련에서 재미를 가미한 요소는 또 있었다. 골키퍼 김승규(24·울산)가 필드플레이어로 뛰며 필드 플레이어들과 발을 맞췄다. 아직 합류하지 않은 대표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은 기성용(25·선덜랜드)과 이청용(26·볼턴)은 초록색 겉옷을 입고 공수 구분이 없는 ‘깍두기’로 뛰었다. 피로가 누적된 손흥민과 허리가 좋지 않은 구자철(25·마인츠)은 훈련에서 제외됐다.
대표팀은 12일 훈련 첫 날에는 '축구 골프'를 했다. 먼 거리에서 2~3회 안에 공을 차서 사이드플래그를 맞히는 게임이다. '축구 골프'에 이어 '축구 아이스하키'를 즐긴 선수들은 경기 내내 즐거운 모습이었다.
홍 감독은 13일 훈련 후 “훈련강도를 높였다. 몸은 완벽히 못 움직여도 머리 회전을 하도록 하는 훈련"이라며 "골대를 뒤집은 것은 일종의 역발상 트레이닝으로 최근 세계 축구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