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는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수사용 설명서'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 손흥민이 그 첫 주자입니다. 손흥민은 과연 기술적으로 어떤 특장점이 있고, 또 약점은 무엇인지 분석했습니다. 축구팬들은 지난 시즌 그가 레버쿠젠에서 뛰는 경기를 훨씬 더 많이 봤습니다. 브라질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손흥민은 또 다릅니다. 손흥민이 대표팀에서는 과연 어떤 역할에 적합할지도 함께 분석했습니다. J스포츠팀
'손세이셔널' 손흥민(22·레버쿠젠)은 양날의 검이다.
손흥민이 터지는 날이면 아무도 막을 선수가 없다. 흥이 나면 멀티골을 뽑아내는 재능을 갖췄다. 독일 언론도 파괴력 넘치는 손흥민을 보고 손세이셔널(Son + sensational)이란 별명을 붙였다.
그러나 손흥민은 한 번 막히면 그라운드에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이런 '기복'은 그의 활용법에 따라 갈린다. 지난 4년 간 독일 분데스리가와 A대표팀에서 손흥민의 출전경기를 분석했다. 우선 장단점을 살폈고, 어느 자리에서 잘 했는지 분석했다. 결정은 홍명보 감독의 몫이지만, 판단은 독자도 할 수 있다.
① 어떤 캐릭터인가
드리블=A학점
손흥민은 선 굵은 드리블을 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나 가레스 베일(25·이상 레알 마드리드)처럼 빠른 주력을 활용한다. 넓은 공간이 있을 때 강점을 보여 역습에 적합하다. 다만 상대 압박이 강한 경우 압박을 뚫어내는 기술은 부족하다. 원주 육민관중학교에서 손흥민을 지도했던 나승화 감독은 "공을 갖고 나가는 속도가 뛰어나다. 공 없을 때와 속도가 차이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슈팅=A학점
나 감독은 "흥민이는 기회다 싶은 장면은 놓치지 않았다. 90% 이상 성공률을 자랑했다"고 떠올렸다.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서 넣은 30골을 분석해 보면 총 30골 중 페널티 박스 안에서 26골을 넣었다<그래픽 참조> . 종종 중거리 포(4회)를 넣기도 했다. 주로 오른쪽에서 뛴 2012-2013시즌에는 오른쪽(66.7%)에서, 왼쪽 날개로 뛴 2013-2014시즌은 왼쪽 (80%)에서 득점을 많이 올렸다. 양발을 모두 잘 쓴다. 마무리할 때 헤딩 능력도 나쁘지 않다.
패스=B학점
연계플레이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2012-2013시즌부터 패스에 눈을 뜨며 2도움을 올렸다. 지난 시즌에는 레버쿠젠에서 리그와 컵대회 총 7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대표팀에서도 박주영에게만 2도움을 줬다. 손흥민은 다양한 킥을 소화할 수 있어 창의적인 패스가 가능하다. 특히 공격수 앞에 뚝 떨어지는, 깎아 차는 긴 패스가 수준급이다. 다만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 정확도는 올려야 한다.
수비=C학점
수비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호 본지 해설위원은 "아직 수비 간격을 조절하는 법을 모른다"며 "상대 선수와 거리 조정이 중요한데, 손흥민은 너무 급하거나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② 어디에 둬야 할까
손흥민은 공격 전지역을 소화할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이 즐겨 쓰는 4-2-3-1 전형에서 최전방 공격수와 좌우 날개·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뛸 수 있다. A매치 24경기에서 손흥민은 여러 포지션을 오갔다.
중앙 공격수=C학점
대표팀에서 손흥민이 중앙에 배치될 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총 다섯 차례 중앙에서 뛰었지만 공격 포인트가 하나도 없다. 몸싸움을 즐기지 않아 포스트 플레이에 약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헤딩 득점도 상대적으로 적어 좌우 크로스를 주요 공격루트로 삼는 한국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적절하지 않다.
좌·우 날개=A+, B+학점
왼쪽 날개에서 활약이 가장 좋다. 측면에서 가운데로 파고들어 연결하는 슈팅이 날카롭다. A매치에서 넣은 6골을 모두 이 자리에서 뛸 때 넣었다. 그러나 오른쪽은 어색하다. 역시 파고드는 플레이를 즐기는데, 이 패턴이 읽히면 막히는 경향이 뚜렷하다. 왼쪽에서 뛸 때는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오른쪽에서는 움직임이 제한된다.
③ 멘탈 관리법
시련은 손흥민을 강하게 만든다. 그의 두 번째 A매치는 아픔으로 남아있다. 바레인과 2011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였는데, 그는 후반 23분 지동원과 교체돼 들어갔다가, 후반 40분에 조용형으로 교체됐다. 선수들은 교체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 굴욕으로 느낀다. 손흥민도 절치부심 했고 바로 다음 출전이던 인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쏘아 올렸다. 그의 은사인 나 감독은 "패배는 되갚는 승부욕이 강한 선수"라고 떠올렸다.
자신감을 살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손흥민은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이후 A매치 8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앞선 16경기(11교체)에서 2골에 그쳤던 것과 확연하게 대비된다. 가장 큰 차이는 선발로 꾸준히 기용했다는 점이다. 홍 감독은 브라질과 평가전을 제외하고 7경기에서 손흥민을 선발로 썼다. 전임 조광래 감독과 최강희 감독은 손흥민을 주로 교체자원으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