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이승환이 2인 그룹 솔루션스를 평가한 짧은 글이다. 음악 관계자들의 대부분의 평가도 이와 비슷할거다.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팀은 아니지만, 진흙 속 진주를 발견한 느낌. 한 번 들으면 '좋다'는 말 꺼내기가 어렵지 않다. 간결하면서도 변화무쌍하고, 청량감 넘치면서도 묵직한 맛이 있다. 미래지향적인 음악이면서, 잘 짜여진 신스 테마는 1984년 반 헤일런이 발표한 '점프'의 감성도 녹아있는 듯 하다. 한국 보다는 영·미 시장에 강제 진출시켜 경쟁시켜 보고 싶은 마음까지 느껴진다.
2012년에 첫 앨범을 발표한 솔루션스(박솔·나루)가 진일보했다. 최근 리스너들의 기대감을 상회할 2집을 발표했다. 앨범은 '꽉 차있다'는 느낌이 적절하다. 1번 트랙부터 10번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짜릿하다. 쉬어갈 틈 따윈 없다. 10곡 듣는 시간이 굉장히 빨리 '훅' 지나간 듯한 느낌. 그러고 보니 팀 이름도 꽤 잘 지었다.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노래들을 듣고 있으니, 가요계에 '솔루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도 든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밴드 솔루션스를 만났다.
-이번 앨범을 스스로 평가하자면.
(나루) "소리와 메시지에 다소 이질감이 들더라도 집중해서 듣는다면 잘 몰랐던 재미를 느낄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있다. 집중해서 만든 음악이고, 딱 필요한 만큼 시간이 걸린 거 같다. 이번 앨범 덕분에 스스로 앞으로 할 음악에 대한 기대감이 든다. 시간 대비, 노력 대비 만족스런 음악이 나왔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의 앨범이 나온 거 같다."
-정규 2집 색깔을 설명하자면.
(박솔) "우리가 처음 만나서 곡을 쓰고 나온 앨범이 1집인데 우리의 색깔이나 특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윤곽이 드러난 게 1집이라면, 2집은 우리가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들 풀어낸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명확한 그림을 그려서 보여줄 수 있었다."
-솔루션스의 음악이란.
(박솔) "밴드 사운드에 기본을 두고 있다. 거기에 우리가 영향을 받고 좋아하는 음악이 더해져 아예 새로운 기분을 주고 싶다."
(나루) "미래 지향적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것 같다. 현재에 없는 걸 계속 추구하려고 해서 그렇다. 단 너무 생경하거나 그런 건 배제한다. 1집을 내고 인터뷰 했을 때 잘 지어진 건축물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매력적이면서 내부는 실용성까지 있는, 공간배치까지 적절한 군더더기 없는 음악을 하고 싶다."
-타이틀곡 '무브먼츠(Movements)' 소개를 부탁한다.
(나루) "'이런 변화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소개할 수 있는 곡이다. 앨범 작업 말미에 쓴 곡인데, '이런 느낌을 추구해서 나머지 곡들을 썼구나'라는 느낌이 들게끔 정리가 되는 곡이다."
(박솔) "많이 좋아해준다. 아직 낯설어서 저번 음반이 더 듣기 좋았는데 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우린 아직 발전 중에 있는 팀이다. 다행히 신경 쓴 부분들이 잘 포착되는 거 같다."
-이번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박솔) "작사와 편곡은 나루 형이했고, 작곡은 테마를 가져오면 같이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영어 가사는 쓰기 어렵지 않았나.
(나루) "미국에서 7살 때까지 살았는데, 사실 다 까먹었다. 근데 다시 배우니까, 또 빨리 배워지더라.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가사를 쓴 건 아니고, 한글이 주는 딕션이 우리의 멜로디에는 잘 묻지 않더라. 이런 장르의 음악에는 한글보다 영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가령 한글은 받침이 많아서 좁은 소리가 나는데, 영어는 둥글둥글하고 운율이 있어서 소리를 표현하기에 편하다."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자신있게 추천하는 곡은.
(박솔) "'세일러스 송'이다. 솔루션스의 음악을 모르는 분들이라면 가장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많이 들어봄직한 팝에 가까운 곡이다. 영어 가사도 어렵지 않다. 새로우면서도 이질감 없는 곡이다."
-클럽에서 들으면 좋겠더라. 본인들도 잘 노는 편인가.
(나루) "주로 친구들과 클럽을 가기는 한다. 시끌벅적한 EDM의 전형적인 클럽은 싫고, 대화할 수 있는 정도의 분위기가 좋다."
-두 사람은 따로 활동하다가, 만난 걸로 알고 있다.
(박솔) "서로를 맞춰가는 중이다.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차분하게 인내하는 방식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비슷하다. 조심스럽다. 툭툭 떠오르는 데로 뱉는걸 싫어한다. 의견을 전달할 때 왜곡하지 않으려고 한다."
-두 사람이 팀으로 합치기 전부터 음악적으로 호감을 느꼈나.
(나루) "솔이 싱글 작업을 도와줬다. 서로의 음악을 들어보니 팀으로서의 가능성이 보이더라. 물론 사람도 좋았고. 보컬 음색에서 임팩트를 크게 받았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난 좀 경직된 사람인데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박솔) "록밴드에서 보컬을 하고 싶었는데 포지셔닝이 딱 맞았다. 그냥 이 형이 치는 기타가 좋았다. 같이 곡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집 이후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단독공연·페스티벌·클럽 공연 중 뭐가 제일 즐겁나.
(나루) "클럽 공연은 관객들과 마주보고 눈빛 교환하는 소소한 것들이 재미있다. 페스티벌은 스케일이 커서, 서로 교감하는 게 좋다. 단독 콘서트는 순전히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이니까 역시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연예 초기에는 뭘 해도 다 예뻐보이지 않나. 그 콩깍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여지가 많은게 단독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단독 공연을 앞두고 있다.
(박솔) "지난해 12월에 하고 6개월 만이다. 이제 우리 곡만으로 두 시간을 채울 수 있게 돼, 그게 제일 기쁘고 홀가분하다. 1집 때는 10곡으로 두 시간을 채우려니 카피곡도 해야하고, 그 곡을 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솔로 때 하던 곡들은 공연장에서 풀어내면서 민망한 느낌까지 드는 거다. 이제는 솔루션스만의 색깔을 보여줄 것 같다."
-대중적인 인지도에 대한 욕심도 있나.
(나루) "열심히 음악하면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고 인정을 받고 싶어서 음악을 하기 시작하면 음악이 망가질거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보다 많은 분들이 쉽게 와 닿을 수 있는 음악을 하면 될 거 같다."
(박솔) "그걸 추구하는 방식이 중요한 거 같다. 대중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음악을 만드는 것은 우리와 맞지 않다. 그럴 깜도 안 된다. 우리가 잘 하는 방식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는 방식인거 같다."
-팀 이름을 솔루션스로 지었다. 두 사람의 음악적인 해답을 찾겠다는 의미인가.
(나루) "일단 음악적인 해답을 찾아가는 걸 추구하는 두 사람이 만났다는 의미다. 흔히들 '솔+나루'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 음악적인 것, 우린 인생을 걸고 음악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