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 경기에서 군복 무늬를 한 이른바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이날 '호국보훈의 달' 행사를 가진 롯데는 경기에 앞서 한국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김하용 씨가 시구에 나섰고,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했다. 아쉽게도 현충일 당일에 홈 경기가 없어 하루를 앞당긴 이날 뜻깊은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롯데가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을 시작한 건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는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 행사를 실시했다. 밀리터리 유니폼은 6월6일 현충일과 한국 전쟁 발발일인 6월25일 두 차례 입었다. 2010년에는 우천 취소로 6월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입기도 했다. 2011년에는 현충일과 6월25일에 사직 홈경기가 없어서 착용하지 못했다. 2012에는 유니폼 제작 문제로 기념행사를 갖지 않았다.
롯데의 밀리터리 유니폼은 지난해 다시 부활했다. 선수단은 2013년 6월6일 현충일에 열린 사직 KIA전에서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김시진 감독은 당시 처음 입어보는 밀리터리 유니폼에 대해 "오랜 만에 군복을 입어본다. 오늘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리는 날이 아닌가. 군복 유니폼을 통해 추모의 뜻을 나타내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롯데가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은 경기에서는 승률이 좋지 않았다. 2008년 현충일 사직 SK전과 2010년 6월 30일 삼성전에서 모두 패했다. 징크스에 민감한 종목 특성상 승률이 좋지 않으면 유니폼 착용이 꺼려지기 마련이다. 롯데는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다시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을 선택했다. 국내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서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추모 분위기를 만들면 파급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롯데의 정성이 통했을까. 지난해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고 첫 승(KIA전 13-3 승리)을 따낸 롯데는 이날 한화를 상대로 10-1의 대승을 거뒀다.
롯데는 밀리터리 유니폼을 오는 14일 사직 KIA전에서 한 차례 더 입을 예정이다. 다음 주를 유니폼 위크(Week)로 정했는데, 시즌 중 착용하는 유니폼을 일주일 동안 한 번씩 모두 입고 나선다. 이어 6월27일 홈에서 열리는 NC와 경기에서도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일인 6월25일을 기리기 위하고 싶으나 이때 홈 경기가 없어 부득이하게 가장 가까운 홈 NC전이 대상이 됐다.
롯데는 5일 경기 전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은 정훈·유먼·옥스프링·히메네스가 함께 기념 촬영에 나섰다. 롯데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 국적의 나라들이 한국전쟁 당시 한국에 도움을 줬다. 유먼의 미국은 총 48만명의 전투병력을 파병해 가장 큰 도움을 줬다. 옥스프링의 호주 역시 1만7000여명의 전투병력을 파병해 대한민국을 도왔다. 그리고 히메네스의 고국 베네수엘라는 물자 지원국으로 참전했다. 정훈은 2007년 현대에서 방출 후 현역으로 입대해 백마부대(9사단)에서 복무했다.
롯데의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은 현충일과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고 나선 경기를 크게 이기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