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나성범(25)에게 올 시즌 활약 비결을 묻자 그는 지난 기억을 꺼냈다. 나성범은 "작년 같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너무 많이 후회를 했다"고 말했다. '그 날'의 기억은 특히 더 아팠다. 나성범은 "작년에 참석한 시상식 때 처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컸다.
지난해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선 나성범은 104경기에 나와 타율 0.243, 14홈런, 64타점을 기록해 신인왕 후보에 올랐다. 시즌이 끝난 후 열린 정규시즌 프로야구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신인왕은 같은 팀 투수 이재학에게 돌아갔다.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던 팀 선배 김종호는 도루 1위를 차지해 생애 첫 타이틀을 수상했다.
나성범은 1군에서의 첫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해야 했다. 그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같은 팀 외국인 투수 찰리의 트로피(평균자책점 1위)만 대신 챙겨들었다. 나성범은 "종호 형과 재학이가 상을 받으니 더 밝고, 좋아 보이더라. 나는 시상식에 오지 못한 찰리의 상만 대신 받았다. 힘들게 서울까지 갔는데 (내 것이 아닌) 찰리의 상만 챙겨서 오니까 속상했다. 그때 '같은 실패는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더 열심히, 준비를 잘 한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그에게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53경기에 나와 타율 0.380, 16홈런 53타점 7도루를 기록하며 타격 부문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라있다. 팀내 타점 1위로 중심타자로서의 역할도 든든하게 해내고 있다. 그는 "작년에 64타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솔직히 그 2배를 했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역시나 지난해의 기억이 자신을 더욱 채찍질한다. 나성범은 "중심타자로서 최소 100타점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작년엔 다른 팀 3번 타자들보다 못하지 않았나. 타율도 저조하고, 타점도 낮고, 뛰어난 게 없었다"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홈런 수도 부쩍 늘었다. 득점권 타율은 0.492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나성범은 "단점일 수도 있지만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내 스윙을 한다. 실투성 공이 들어와도 내 스윙을 그대로 하니까 홈런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예전에도 초구부터 치려고는 했지만 내 스윙을 못하고, 맞추려고만 했다. 올해는 김광림 타격 코치님께서 '니 스윙을 하라'고 주문을 많이 하셨다. 매타석에서 내 스윙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굳은 다짐으로 시작한 올 시즌은 스스로 돌아봐도 "너무 잘하고 있다"며 쑥스러워 할 정도다. 나성범은 "올해는 '적어도 2할 후반대의 타율만 치자'고 생각했다. 타격감이 왔다갔다했는데 최근에 페이스가 정말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선배들께서 안 좋을 때 치고만 나가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볼을 잘 골라서 볼넷을 골라 나갈 줄 알아야 한다고 하시더라. 지금 나는 삼진 개수가 너무 많다. 치려는 욕심이 많다. 볼카운트 3볼-2스트라이크에서 볼넷으로 나갈 수 있는 게 많았는데 헛스윙을 많이 해서 삼진을 많이 당했다. 배트를 돌리지만 않았다면 삼진 개수의 반은 볼넷이었을 거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올해 16개의 볼넷을 고르는 동안 53번의 삼진을 당했다. 나성범은 "테이블 세터로 나서는 선수들이 공을 잘 보지 않나. 그런 점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괴물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