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경기였다. 10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한화전은 프로라고 하기엔 다소 민망한 경기였다.
KIA와 한화는 선발이 나란히 조기 강판되면서 각각 9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역대 한 경기 최다 투수 등판 타이 기록(2002년 10월13일 광주 LG-KIA전 18명)이다. 6시30분에 시작한 경기는 밤 11시23분에 끝났다. 4시간 53분의 난타전. 역대 정규 9이닝 최장 시간(5시간)에 7분 모자랐다. 한화가 16-15로 승리하면서 최하위 추락을 모면했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았다.
두 팀 모두 올 시즌 왜 하위권인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양팀 마무리가 나란히 블론 세이브를 했고, 불펜의 허약함은 이날 단적으로 드러났다. KIA는 11-9로 앞선 8회초 1사 후 마무리 어센시오를 등판시켰으나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한화는 12-11로 역전한 8회말 마무리 윤규진을 올렸으나, 1아웃만 잡고 3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KIA는 9회초 수비를 앞두고 15-12, 3점이나 앞서 있었다. 그러나 불펜의 한승혁과 박준표는 아웃카운트 3개를 잡지 못했다. 결국 2사 1,2루에서 선발 김진우까지 등판했다. 김진우는 연속 안타를 맞으며 15-16 역전을 허용해 패전투수가 됐다. 한화도 16-15로 리드한 9회 1사에서 역시 선발 안영명을 등판시켰다. 안영명이 2타자를 잡으면서 5기간 가까운 긴 승부는 끝났다. 지난 5월초 한화전을 앞두고 "불펜은 그래도 저쪽이 더 낫지 않을까요"라고 씁쓸하게 말하던 선동열 KIA 감독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김진우와 안영명은 지난 6일 나란히 등판해 100개 이상의 공을 던졌고, 12일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었다. 김진우는 6일 LG전에서 5.2이닝(3실점) 114개를 던졌다. 안영명은 삼성전에서 선발 유창식이 1회 팔에 타구를 맞아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갑자기 등판, 6이닝(3실점) 104개의 공을 던졌다.
11개월 전이었다. 지난해 7월 16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KIA와 한화는 처절한 경기를 펼친 바 있다. 당시 한화는 연장 12회 혈투 끝에 8-3으로 승리했다. 경기는 밤 11시58분에 끝났다. 2분만 더 지났더라면 1박2일 경기를 할 뻔 했다. 경기 흐름은 10일 경기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양팀 불펜이 총출동했고, KIA는 다 이겼던 경기를 마무리 난조로 놓쳤다.
한화는 2-3으로 뒤진 9회초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고동진이 마무리로 나선 송은범 상대로 극적인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다만 다른 것은 양팀은 연장 10회, 11회는 무득점이었다. 투수들이 잘 막아냈다기보다는 타자들의 빈타였다. KIA는 연장 10회 2사 만루 위기에서 8번째 투수로 선발 자원 서재응을 냈다. 선발 김진우에 이어 임준섭-신승현-박지훈-송은범-유동훈-박경태까지 등판, 불펜엔 패전 처리 이대환을 제외하고 남은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재응은 연장 12회까지 던지다 5점을 내주고 무너졌다. 이대환이 원 아웃을 잡고 12회 수비가 끝났다. KIA는 이날도 9명의 투수가 등판했다.
한화도 선발 바티스타에 이어 불펜의 승리조들인 윤근영-김광수-박정진-송창식을 모두 다 동원했고, 연장 12회 마지막 수비에선 선발 투수 이브랜드를 내세워 1이닝 무실점으로 5점차 리드를 지켜낼 수 있었다.
1년만에 되풀이되는 경기, 그만큼 지난해 8·9위였던 KIA와 한화의 전력이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는 증거다. 그래서 더 처절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