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이 초반 한 바퀴를 돌았다. 한국과 러시아, 벨기에, 알제리가 속한 H조를 제외한 7개 조가 1라운드를 소화했다.
예상대로 남미 팀은 대부분 잘 나가고, 다수의 유럽 팀은 고전하고 있다.
월드컵은 어느 대륙에서 열리느냐가 대회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 19차례 월드컵 중 10개 대회 개최지가 유럽 대륙이었다. 이 가운데 1958년 스웨덴월드컵(우승 브라질)을 뺀 9개 대회에서 유럽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마찬가지로 유럽 외 지역에서 열린 9차례 대회에서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우승 스페인)을 제외한 8개 대회에서 남미 팀이 정상에 올랐다. 특히 남미 대륙이 개최한 4번의 월드컵에서는 모두 남미 팀이 우승 컵을 들었다.
브라질월드컵 역시 초반 판도는 남미가 유럽을 압도하고 있다.
남미는 출전국 6팀 중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등 4팀이 1라운드에서 이겼다. 우루과이와 에콰도르만 졌다. 북중미도 나쁘지 않다. 4팀 중 멕시코, 코스타리카, 미국 등 3팀이 승리했다. 온두라스만 패했다. 유럽은 울상이다. 유럽 팀끼리 맞붙은 3번의 매치업(스페인 1-5 네덜란드, 잉글랜드 1-2 이탈리아, 독일 4-0 포르투갈)을 제외한 5개 팀이 2승3패에 그쳤다. 스위스와 프랑스만 승점 3을 가져갔을 뿐 크로아티아, 그리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잇따라 고개를 숙였다. 유럽과 남미의 4차례 직접 맞대결에서도 남미가 3승1패(브라질 3-1 크로아티아, 콜롬비아 3-1 그리스, 스위스 2-1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2-1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크게 우세하다.
아프리카도 신통치 않다. 4팀 중 코트디부아르만 일본을 눌렀을 뿐 나이지리아는 무승부, 가나와 카메룬은 패했다. 아시아는 동네 북 신세다. 이란만 무승부고 호주와 일본은 모두 졌다. 이란은 나이지리아와 비기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수비 전술를 펼쳐 대회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월드컵은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이변이다.
1라운드 최대 이변의 주인공은 코스타리카였다. D조 1차전에서 우루과이를 3-1로 제압했다. 우루과이의 간판스타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가 출전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뜻 밖의 결과다. D조에는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 외에 잉글랜드, 이탈리아가 포진해 있다. 대회 전부터 죽음의 조로 평가받은 D조는 더욱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었다. 스페인-네덜란드, 독일-포르투갈의 경기도 주목받았다. 유럽 강호끼리의 대결이라 박빙 승부가 점쳐졌지만 네덜란드가 5-1, 독일이 4-0으로 크게 이겼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라 점친 전문가는 많지 않다.
시드배정국들의 성적표도 관심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대회까지 FIFA 랭킹 외에 이전 월드컵 성적 등을 고려해 톱 시드를 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본선 조 추첨 직전 랭킹만으로 상위 7팀(1팀은 개최국 브라질)에게 톱 시드를 줬다. 이탈리아와 잉글랜드, 네덜란드 등 전통의 강호들이 예상 외로 톱 시드에 들지 못해 죽음의 조가 많아진 배경이기도 하다. 시드배정국들의 초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스위스, 아르헨티나, 독일 등 5팀은 승리했지만 스페인과 우루과이는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