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타카의 끝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스페인과 사비 에르난데스(34·바르셀로나)의 시대가 저물었다.
스페인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 위치한 마라카냥에서 열린 칠레와의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0-2로 완패했다. 전반 20분 에두아르도 바르가스(25·발렌시아)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43분에 찰스 아랑기스(25·인테르나시오날)에게 추가골까지 내주며 완전히 무너졌다. 2패를 기록한 스페인은 탈락이 확정됐다. 한 영국기자는 "티키타카의 시대가 끝났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나 이날 스페인이 한 축구는 티키타카로 불리는 점유율 축구가 아니었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이날 선발에서 제라르 피케(27·바르셀로나)와 사비를 제외했다. 대신 페드로(27·바르셀로나)와 하비 마르티네스(26·바이에른 뮌헨)을 투입했다. 이날 스페인은 그동안 해오던 티키타카보다는 선 굵은 축구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유로 2012 때는 경기당 평균 816개의 패스를 했던 스페인은 이날 662개에 그쳤다. 기본적으로 점유율을 높게 가져갔지만 그동안 보였던 티키타카 스타일의 경기는 하지 않았다. 짧은 패스는 232개로 중간 거리 패스(360개)보다 적었다.
전술에 변화를 줬지만 칠레의 스리백을 쉽게 뚫어내지 못했다. 페드로와 디에고 코스타(26·AT 마드리드)를 활용해 빠르고 힘 있는 축구를 노렸다. 그러나 사비를 중심으로 한 점유율 축구에 익숙한 스페인 선수들은 너무 쉽게 무너졌다. 잦은 패스미스가 문제였다. 사비 알론소(33·레알 마드리드)와 세르히오 부스케츠(26·바르셀로나)는 잦은 패스미스를 범했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렸다가 칠레의 정교한 전진패스에 한 번에 무너졌고, 바르가스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두 번째 골은 이번 대회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이케르 카시야스(33)가 펀칭한 공이 아랑기스 발 앞에 떨어졌다. 아랑기스는 오른발로 재치있게 밀어넣어 승부를 갈랐다.
0-2로 뒤졌지만 델 보스케 감독은 사비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코케(22·AT마드리드)를 투입했다. 이후에 교체카드도 페르난도 토레스(30·첼시)와 산티 카소를라(30·아스널)를 투입하는데 썼다. 끝내 사비는 델 보스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사비는 지난 네덜란드와 1-5 패배의 중심으로 지목됐다. 활동량은 줄었고 예전만큼 패스가 예리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델 보스케 감독도 그를 쓰는 것을 꺼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비는 소속팀 바르셀로나도 떠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