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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306. 6.25가 맺어준 인연
얼마 전 미국에서 스토이 부부가 내한했다. 스토이 부부와의 인연은 매우 특별하다. 작년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한 정전 6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부부는 올해 2월 미국 워싱턴DC 알링턴 국립묘지 헌화식에 나를 초대했고, 얼마 전 후아이엠에서 출판한 ‘운명의 1도’의 저자 에드워드 L. 로우니 장군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남편인 티모시 스토이는 미 육군 예비역 중령으로 미국 팬타곤 등에서 31년간 근무한 미군 전문 사학자며, 아내인 모니카 스토이는 재미교포로, 장교후보생학교(OCS)를 졸업한 뒤, 1991년 이라크 ‘사막의 폭풍작전’당시 제7특수작전지원사령부에서 근무한 미군 최고의 엘리트 장교였다. 현재는 미군역사재단 캠페인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부부는 내게 “우리는 결혼할 수밖에 없는 인연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부의 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한 내력이 너무도 비슷했다. 티모시 스토이의 부친은 18세에 독일 베를린에서 복무하던 중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자원했고, 부인인 모니카 스토이의 부친도 서울에서 사범대학을 다니던 중 6.25전쟁이 나자 주한국제연합유격군의 육군 8240(켈로부대)에 자원했다.
양쪽 부친이 모두 어린 나이에 한국 전쟁에 자원해 용감히 싸운 전력이 있어서인지, 부부는 1991년 독일 바트톨즈 근무 당시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알텐슈타트에 있는 독일공수교육대를 같이 다닌 뒤 1993년에 결혼했고, 이후 제3보병사단에 근무하면서 제3보병사단의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었다.
“결혼허락을 받으러 장인댁에 갔는데, 장인께서 우리 딸과 결혼하려면 한국 역사를 알아야 한다면서 영어로 된 한국 역사책을 주셨습니다. 정말 밤새도록 줄을 쳐가며 열심히 공부해서 장인어른의 한국 역사 퀴즈시험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그는 역사적인 인물 중 정도전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가끔 그는 나를 당황시키는 질문을 하곤 한다. 얼마 전에는 단군신화 얘기를 하며 “호랑이는 도망갔고 곰은 끝까지 동굴에 남아 단군과 결혼했는데, 왜 한국 부대 이름에는 곰은 없고, 호랑이만 있습니까?”하더니, 또 방문했던 어떤 군부대에서 “이 전투차량은 한번 급유로 부산까지 갑니다”라고 설명하자 “군인이라면 한번 급유로 평양이나 신의주까지 간다고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 대전 현충원에 가서도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리 예술작품이라고 하지만 대전 현충원에 인공기와 나치 문양이 그려진 설치물은 문제가 있습니다. 빨리 수정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이 사실을 몰랐던 나는 관계자에게 이 부분에 대해 항의하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국은 6.25전쟁의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한국군은 더욱 노력해 국민이 믿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군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스토이 부부의 방한기간동안 함께 한 나는, 두 부부의 한국 사랑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다가오는 6.25에는 한국과 미국이 동맹국으로서 지난 시간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