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이성우(33·KIA)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해다. 야구선수로서, 그리고 가장이자 아기 아버지로서. 그는 "올해를 꽉 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우는 지난 12일 광주 한화전에 앞서 백용환(25)을 대신해 1군에 올라왔다. 2013년 6월19일 대전 한화전 이후 359일 만에 써보는 1군 포수 마스크였다.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갖춘 이성우는 콜업 뒤 8경기에서 타율 0.263, 5안타를 기록하며 KIA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 한화전에서는 3타점 싹쓸이 역전 2루타를 쳤다. 선동열(51) KIA 감독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백용환 보다 이성우가 안방에 앉았을 때 수비면에서 조금 더 안정적이다"고 말했다.
생애 바닥까지 내려가 봤다. 2005년 SK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이성우는 2008년부터 KIA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1군보다 2군에 머무는 날이 많았다. 1군 통산 성적은 115경기에서 타율 0.181, 21안타가 전부다. 지난 시즌에는 왼 어깨 부상으로 재활을 거쳤다. 그 사이 나이는 30대에 접어들었다. 해마다 어린 포수 자원이 입단했고, 이성우가 설 자리는 좁아져만 갔다. 24일 SK전에 앞서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그는 "신고선수로 5년, 2군에서 4년을 보냈다 1군 무대는 2008년 이적 후 KIA에서 처음 밟아봤다. 그러니까 프로인생 9년여를 무명으로 지냈다고 보면 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긴 시간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는 갑자기 다가온 급박한 상황을 부드럽게 넘기는 지혜가 있다. 이성우가 그렇다. KIA는 투수진이 헐겁다. 지난 24일에도 불펜진이 무너지며 4-12로 대패했다. 1~2점차 승부에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은 자기도 모르게 위축되고 긴장한다. KIA의 젊은 투수들은 "(이)성우 형이 안방에 앉으면 편안하다. 형 농담 한마디에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귀띔했다. 이성우는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인 것 같다. 투수를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긴장을 녹이는 데 농담이 최고다. 그는 "투수에게 '안타 맞거나 홈런 맞아도 책임은 내가 진다. 생각해 봐라. 2군에 내가 가지, 널 보내겠는가. 절대 너는 2군 안 간다'고 말한다. 그러면 투수도 웃고만다"고 했다.
2014년은 더 없이 소중한 시즌이다. 가장으로서, 야구선수로서 기틀을 잡아야 한다. 이성우는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아내는 임신 3개월 째다. 아직 성별은 모르지만 태명은 있는 '띵똥이'가 뱃속에서 무럭무럭 크고 있다. 그는 "야구 인생에 처음 찾아온 기회다. 1군에서 자리를 잡아서 연말에 태어날 아기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