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건한(33). 프로야구 팬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낸 한 선수가 최근 프로야구의 '개명 바람'에 합류했다. 삼성 김희걸의 이야기다.
김희걸은 지난 24일 법원으로부터 개명신청 허가를 받았다. 지난 5월 초 개명신청을 한 그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전광판에 새로운 이름을 사용할 예정이다. 등번호도 19번에서 49번으로 바꿨다.
김희걸은 "주변에서 안 되면 뭐라도 바꿔보라고 하더라. 투구폼, 운동 방법 등을 다르게 해봤는데…"라면서 "이름과 등번호까지, 이제는 바꿀 게 없다"고 웃었다. 그는 개명을 위해 주변에 많은 정보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2001년 SK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KIA를 거쳐 2012년 6월 조영훈과 맞트레이드돼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당시 "김희걸이 아니었으면 트레이드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김희걸은 2012년 2홀드 평균자책점 5.29, 지난해 1승 평균자책점 12.56으로 부진했다. 불펜에서 몸을 풀 땐 공이 좋은데, 이상하게 마운드에 서면 달라졌다.
김희걸은 "부담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불펜에선 항상 신중하고 진지하게 던진다. 그런데 경기에 등판하면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고 말했다. 막강 불펜을 자랑하는 팀 특성상 더욱 그랬다. 김희걸은 "특히 팀 내 투수들이 정말 좋으니까 최근 2년 동안은 잘 던지지 못하면 '2군 내려가겠구나'라는 압박감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타자랑 싸워야 하는데 마운드에서 나 자신과 싸우니까…. 혼자 끙끙 앓았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추격조를 맡은 그는 최근 알토란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팀 승리의 발판을 놓는 역할을 많이 했다. 지난 18일 SK전에선 10-9로 앞선 연장 10회 말 2사 1, 2루에 등판해 팀 승리를 지키고 세이브를 올렸다. 20일 NC전에서는 3-3 동점이던 5회 1사 3루 위기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팀이 11-4로 역전승을 거두는 디딤돌을 놨다. 최근 불펜진 소모가 심했던 삼성은 박빙 상황에서 김희걸과 이수민 등의 활약에 미소를 짓고 있다.
김희걸은 6월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24일 현재 성적은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03. 다른 팀 추격조에 비하면 훨씬 안정감이 있다. 그는 "나도 이런 날이 있어야지. 매번 두드려 맞으면…"이라며 "지난해보다 부담감과 긴장감이 줄었다. 점수를 안 주니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개막 전부터 개명을 준비했다는 김희걸은 하루 빨리 새 이름을 달고 뛰길 희망한다. 그는 "오늘(24일)부터 사용할 줄 알았는데"라며 "이름 덕을 보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