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1무2패,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일본은 25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콜롬비아에 1-4로 대패했다. 첫 경기 코트디부아르와 경기에서 1-2로 패한 뒤, 2차전 그리스와 0-0으로 비겼던 일본은 최종 1무2패, 2득점 6실점이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씁쓸하게 대회를 마쳤다. 가가와 신지(맨유), 혼다 게이스케(AC밀란) 등 주요 대표 선수들은 "분하다" "이게 현실이다. 우승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우리가 미숙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사실 자케로니 감독이 이끈 일본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남아공월드컵 16강에 오른 뒤 임기를 마친 오카다 다케시 감독의 뒤를 이어 지난 2010년 8월 지휘봉을 잡은 자케로니 감독은 자립심과 강한 정신력을 주문하며 일본 대표팀의 수준을 높여왔다. 결국 부임 5개월만에 치른 2011 아시안컵에서 한국, 호주 등을 제치고 정상에 올리는 성과를 냈다. 2011년 11월 북한 원정에서 0-1로 패하기 전까지 A매치 16경기 연속 무패도 달렸다. '자케로니 재팬'은 빠르고 유기적인 패스 축구를 바탕으로 선수 개인 능력보다 조직력을 중시하면서 일본이 추구해오던 '탈(脫)아시아'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문제도 있었다. 허리 라인은 튼실했지만 가장 중요한 공격과 수비 라인이 잇따라 부실한 모습을 보였다. 공격에서는 골을 해결할 능력을 갖춘 선수가 없었다. 가키타니 요이치로, 오사코 유야 등이 나섰지만 한 방을 확실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데는 부족했다. 수비 역시 지난해부터 누수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해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연달아 선제골을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A매치 5연승을 내달린 일본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자케로니 감독은 지난해 12월 본선 조추첨 직후 "우리의 목표는 4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자케로니 감독과 선수, 팬들이 바랐던 모습과 실제는 달랐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비교적 해볼만 한 조였지만 세계와의 격차는 컸다. 1차전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혼다 게이스케가 먼저 골을 넣어 앞서가다 후반에 2골을 내줘 역전패했다. 코트디부아르는 디디에 드로그바라는 정신적인 지주가 투입되면서 분위기를 한번에 바꿔버렸다. 2차전 그리스전에서는 상대 주장 코스타스 카추라니스가 전반에 퇴장당해 수적인 우위를 점했는데도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졸전을 거듭하며 득점없이 비겼다.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며 선수들이 각오를 다지긴 했지만 3차전 콜롬비아전에서는 상대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골을 넣을 선수는 없었다.
모든 경기를 마친 뒤 자케로니 감독은 "더 나은 결과를 낼 수도 있었다. 선제골을 넣어야 했으나 상대 수비가 강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4년동안 32승11무12패를 거둔 자케로니 감독의 일본대표팀은 그렇게 씁쓸하게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