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외야수 권희동, 프로 첫 깜짝 포수 출장

NC 외야수 권희동이 깜짝 '포수'로 나섰다.

권희동은 27일 사직 롯데전에서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가 8회말 수비에서 포수 장비를 차고 걸어나왔다. NC에 더 이상 기용할 포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NC는 7회초 공격에서 포수 김태군을 빼고 대타 김준완을 내세웠다. 7회 수비에선 백업 포수 이태원이 마스크를 썼다. 그리곤 8회초 6-8로 추격하고 2사 1,3루 이태원 타석에서 대타 조영훈 카드를 냈다. 포수 2명을 모두 빼고 대타 카드를 낸 초강수였다.

제3의 포수가 준비돼 있었다. 바로 외야수 권희동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평소 "엔트리에 있는 2명의 포수를 다 교체하고 나면 권희동을 포수로 기용하면 된다"며 "언젠가 권희동이 포수로 나서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문선재(LG), 최형우(삼성)가 경기 후반 포수로 나섰을 때, NC는 보험용 포수로 권희동이 있다고 했다. 권희동은 경주고 2학년 때까지 포수로 뛴 경험이 있다.

권희동은 8회 공격에서 3루 주자로 있다가 공수교대가 되자,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서야 포수 장비를 갖추고 그라운드로 나왔다. 먼저 마운드로 올라가서 투수 이민호와 함께 사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포수 자리로 되돌아왔다.

이민호와 사인을 주고받고, 별다른 실수 없이 직구와 변화구를 모두 잘 받아냈다. 첫 타자 손아섭은 2루수 땅볼 아웃. 최준석 타석에는 주자가 없었는데도 바깥쪽 원바운드 공을 잽싸게 몸으로 막아내기도 했다. 최준석의 3루수와 유격수 사이 깊숙한 타구에는 본능적으로 1루 베이스까지 백업을 하러 뛰어갔다. 이날 좌익수 수비에서 한 차례 엉덩방아 찍으며 타구를 놓치는 실수를 했지만, 낯선 포수 자리에선 매끄럽게 공을 처리했다.

프로 무대에서 권희동의 첫 포수 출장은 경기 승패를 떠나 진기한 볼거리였다.

부산=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