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1일부터 배기량 1500㏄ 이상 승용차의 관세율이 1.6%에서 전면 무관세로 조정된다. 1500㏄ 미만은 현행 4.0%에서 2.6%로 인하된다. 이에 따라 유럽 자동차 브랜드는 현지 생산 차종의 관세 인하분을 반영하며 공격 마케팅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일 최대 230만원 인하된 가격 정책을 발표했다. 각 모델별로는 A200 CDI가 20만 원 인하되고 G63 AMG, SL63 AMG, CL63 AMG 등은 각각 230만 원 내렸다.
아우디는 올해 선보인 A3 세단과 A7 55 TDI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차종의 관세를 추가 인하했다. 차종별로 약 50만원에서 250만원까지 인하 금액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A6 2.0ℓ TDI는 약 60만원 정도 저렴해졌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최저 50만원에서 최고 210만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재규어 XF 2.0P 럭셔리가 5,990만원에서 60만원 내린 5,930만원으로 책정됐으며, 랜드로버 프리랜더는 5,910만원에서 5,860만원으로 50만원 인하했다. 가장 고가의 레인지로버 5.0SC 모토바이오그래피는 2억60만원에서 1억9,850만원으로 210만원 줄었다.
폭스바겐 역시 일부 차종의 변경된 가격을 7월 중 공개할 예정이다. 제품 목록에는 주력 차종인 티구안 2.0ℓ TDI가 포함됐다. 반면 파사트 2.0ℓ TDI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종이므로 이번 가격조정 혜택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유럽산 승용차는 한-EU FTA를 맺기 직전인 지난 2010년 국내 등록된 차의 약 4.5%를 차지했다. 이후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되기 시작한 2011년에는 5.9%로 올랐으며, 2012년 7.4%, 2013년 9.5%로 점진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는 전체 내수 시장의 11.1%를 기록, 국내 판매되는 자동차 10대 중 1대가 유럽산 차였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유럽산 차종의 비중은 70%을 차지할 정도로 높아졌다. 이번 관세 조정으로 이같은 유럽산 차의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체들 또한 이를 좋은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조정 폭이 크진 않지만 마케팅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얼마나 체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단계적으로 관세가 하락했지만 인하분이 액면가 그대로 가격에 반영된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 실제로 수입차 판매 1위인 BMW의 경우 이미 모든 제품에 관세 인하분을 이미 적용해 판매 중이다. 하지만 가격인하와 함께 첨단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장착하면서, 가격은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 조정폭은 60~90만원 사이지만 커넥티드 드라이브 시스템의 가격이 100만원을 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기 차종인 520d의 경우 6290만원에서 7월1일부터 6330만원으로 약 40만원 인상됐다.
따라서 관세 인하가 기업 이윤으로만 흡수된다면 FTA에 따른 유럽산 승용차 성장도 기대만큼 뒤따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