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주찬은 이대형의 공백을 메울 올시즌 핵심 선수로 꼽힌다. 사진은 2014년 7월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원정경기에서 김주찬과 이대형이 밴헤켄에 대한 나지완의 노림수를 보고 이구동성으로 “바로 저거야”라고 말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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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김주찬(33·KIA)을 '은근히 따뜻한 남자'라고 불러야겠다. 겉은 무뚝뚝하지만 속은 한없이 깊다. 이제 막 야구 싹을 틔운 후배를 위해 몰래 배트를 주문해놓을 정도다.
신인 외야수 박준태(23·KIA)는 최근 김주찬에게 깜짝 선물을 받았다. 최고급 배트 수자루 였다. 그는 "며칠 전 김주찬 선배가 다가오시더니 '너 방망이 무게 얼마짜리 쓰니. 뭐 쓰니'라고 물으셨다. 그리고는 '내가 사용하는 곳에 다섯 자루 주문해 놨다'고 하셨다"고 했다. 신인선수들에게는 한 자루에 15~20만 원 가까이하는 방망이 가격이 만만하지 않다. 선배의 배려가 그저 고마을 따름. 박준태는 "선배가 은근히 잘 챙겨주신다. 제일 좋은 배트를 사용하실 텐데, 감사하다. 조금 무뚝뚝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함께 있으면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 선배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주찬은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은 안 했다. 평소 챙겨주고 싶어서 내가 쓰는 업체에 몇 자루 부탁했다"고 했다.
둘은 원정 경기 룸메이트다. 인하대를 졸업하고 2014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61순위)로 KIA에 입단한 그는 지난 6월 1군 무대에 합류하면서 김주찬과 방을 함께 쓰고 있다. 후배는 선배와 룸메이트가 됐을 때 참 설렜다고 한다. 자신의 롤모델이기 때문. 같은 외야수인데다가 야구 스타일도 퍽 비슷하다. 박준태는 "다른 선배들도 닮고 싶지만 특히 김주찬 선배는 제 본보기이다. 타격과 수비, 도루 능력까지 배우고 싶은 점이 많다. 게다가 야구로 성공도 하셨다. 나도 선배처럼 야구로 인정받아 좋은 대우를 받고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배도 그런 후배가 귀엽다. 평소 말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박준태에게는 유독 관심을 보인다. 배트도 주문하고 후배가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김주찬은 지난 8일 "(박)준태는 좋은 자질을 갖고있다. 어깨도 상당히 좋고, 주루와 야구 센스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힘'이다. 박준태는 키 181cm, 몸무게 75㎏이다. 날이 더워지면서 다소 야위었다. 김주찬은 "타격 재능도 있다. 가져다 맞추는 콘택트 능력이 있다. 그런데 아직 배트를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파워가 부족한 것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러닝으로 체력을 조금 더 키우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박준태는 선동열(51) KIA 감독이 키우는 외야 유망주다. 착실하게 성장해준다면 스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선 감독은 "신인인데도 잘하고 있다. 발도 빠르고 타격 능력도 나쁘지 않다. 우리 팀 외야수들이 어깨가 좋지 않은데, 박준태가 나가면 주자들이 함부로 홈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기회를 줄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재능있는 선수는 많다. 감독과 선배들이 아끼는 유망주도 수두룩했다. 박준태는 "칭찬과 기대만으로 그치거나 사라지는 선수가 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