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명장'으로 거듭난 루이스 판 할(63) 감독이 꺼내든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 봉쇄법이다. 10일(한국시간) 상파울루에 위치한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의 4강전에서 메시는 이전 경기만큼 예리하지 못했다. 메시는 그동안 월드컵에서 부진을 털어내고 브라질에서 맹활약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가 넣은 8골 중 5골(4골·1도움)에 관여하며 팀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이날은 달랐다. 판 할 감독이 준비한 덫에 계속 걸렸다. 경기 초반, 나이절 더용(30·AC밀란)에게 메시를 1대1로 막게 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하는 팀들이 종종 꺼내는 수비 방식이다. 더용은 수비시에 공의 흐름과 상관없이 메시의 4~5m 거리에서 지키고 있었다. 메시가 공을 잡으면 빠르게 뛰어가 공을 차단했다. 안정적으로 공을 잡으면 거리를 두면서 치고 들어오는 속도를 늦췄다. 호주 전에서는 공격지역까지 많이 올라갔던 더용은 이날은 중앙선을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었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제공하는 히트맵을 봐도 이날 더용의 역할을 볼 수 있다.
판 할 감독은 스위스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스위스도 아르헨티나와 16강 전에서 메시를 대인마크로 막았다. 오트마르 히츠펠트(65) 괵한 인레르(30·나폴리)에게 메시의 대인마크를 주문했다. 인레르는 전·후반 90분과 연장 전반 15분 동안 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연장 후반 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지며 결국 결승골을 내줬다. 메시가 수비를 돌파해 앙헬 디마리아(26·레알 마드리드)에게 결승골을 내준 것이다.
'용병술의 귀재' 판 할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후반 더용의 기동력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자 교체카드를 꺼냈다. 젊고 기동력이 좋은 요르디 클라시(23·페예노르트)를 후반 17부 투입해 메시를 막게했다. 메시는 종종 돌파를 보였지만 결정적인 패스나 슈팅을 하지 못했다. 연장 전반 13분에는 아르헨티나 팬들이 간절하게 "올레~올레 올레올레~메시~"를 외쳤지만 메시는 살아나지 않았다. 연장 후반 12분 오른쪽 측면을 뚫고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렸지만, 막시 로드리게스(33·뉴웰스 올드보이스)의 슈팅은 골키퍼 야스퍼르 실레선(25·아약스)의 정면으로 흘렀다. 그리고 이게 메시가 보여준 마지막 투혼이었다.
결국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메시는 첫 번째 키커로 나와 침착하게 득점을 성공시켰다.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27·AS모나코)의 활약으로 4-2로 승리했다. 아르헨티나는 힘겹게 네덜란드를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메시가 살아나지 않으며 결승에 또 하나 고민을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