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드라마 전쟁'이 반환점을 돌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상파는 물론이고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에서도 이른바 '명품 드라마'가 속속 나오면서 총성 없는 시청률 전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각 방송사마다 A급 연예인을 출연시키기 위한 경쟁도 뜨거워졌고, 결과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고조됐다. 당신이 생각하는 올해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는 무엇인가. 만명이 투표해 10위까지 가렸다. 투표는 리서치 전문 사이트 소비자 리서치패널 틸리언(www.tillionpanel.com)에서 진행했다.
1. SBS '별에서 온 그대'(2013.12.18~2014.2.27) 41.3% (4132명)
시청률을 비롯한 모든 흥행 지표에서 A+였다. 일대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남녀 주인공 김수현과 전지현의 인기에 날개를 달아줬다. 15%만 넘어도 중박이라는 요즘 드라마 시장에서 최종회가 무려 시청률 28.1%(이하·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초대박을 쳤다. 중화권에서도 인기몰이는 계속됐다. 최근 방한한 시진핑 국가 주석 부부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드라마를 언급하면서 흥행을 입증했다. 중국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30억 뷰 이상을 기록하며 국민드라마의 조짐까지 보였다. 상반기는 물론이고 2014년 최고의 드라마로도 손색없는 성적표를 거뒀
2. KBS '정도전' (2014.1.4~2014.6.29) 18.7% (1869명)
KBS 대하사극의 자존심을 살렸다. 타이틀롤 정도전을 맡은 조재현부터 이성계의 유동근, 최영의 서인석 등 사극 고수들이 펼친 화려한 명품 연기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특히 '미달이 아빠' 이미지가 강했던 박영규는 이인임을 완벽에 가까운 흡인력으로 해석해내며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완벽한 정치드라마를 그려낸 밀도 높은 대본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진 명품 사극이었다. 사극엔 별 관심없던 10대와 20대까지 끌어들이며 새로운 시청층을 유입시킨 것도 큰 성과다.
3. MBC '기황후'(2013.10.28~2014.4.29) 11.3% (1132명)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졌지만 인기만큼은 최고였다. 첫 회를 11.1%의 시청률로 시작해 13회 만에 20% 고지를 돌파했다. 30%에 육박한 최고 시청률로 동시간대 경쟁작을 여유롭게 따돌렸다. 지난 9일 발표한 지난 1년 간(2013년 7월~2014년 6월) VOD 판매로 가장 많은 매출 수익을 거둔 드라마도 '기황후'였다. 최근 G 검색사이트가 상반기 분야별 인기 검색어 10개를 꼽았고, '기황후'는 여기에서도 '별에서 온 그대'와 '정도전'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원은 역시 '믿고 보는 배우'란 사실을 재확인 시켰다.
4. JTBC '밀회'(2014.3.17~2014.5.13) 8.3% (833명)
김희애(47)와 유아인(28)이 19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한 편의 영화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2012년 JTBC '아내의 자격'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안판석 감독과 김희애의 두 번째 합작품이다. '유망주'였던 유아인에겐 '명품 배우'란 수사를 선사했다. 자칫 유부녀의 사랑이란 소재 때문에 초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섬세한 감정 표현은 물론, 비리가 난무하는 음악계의 현실을 과감하게 그려낸 필력과 영화같은 영상미, 여기에 배우들의 명연기까지 삼박자가 맞아들어 드라마의 품격을 높였다. '특급칭찬'이라는 김희애의 대사는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회자되고 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이 무려 8.8%까지 치솟으며 지상파 드라마들을 긴장에 몰아넣기도 했다.
5. tvN '갑동이'(2014.4.11~2014.6.21) 5.0% (496명)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일탄 연쇄살인 사건을 다뤘다. 무엇보다 구성이 탄탄했다. 전·현직으로 구성된 프로파일러에게 자문을 받으며 캐릭터를 설정했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윤상현과 김민정은 물론이고 성동일·이준·김지원의 '케미'도 좋았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대박을 쳤던 tvN이 야심차게 내놓은 드라마답게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았다. 윤상현과 김민정이 보여준 무려 18초짜리 키스신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를 높였고, 인기도 있었다
6. MBC '개과천선'(2014.4.30~2014.6.26) 4.9% (493명)
신선한 극 전개와 탄탄한 연출력, 김명민과 김상중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웰메이드 법정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정의는 살아있다'는 큰 주제 아래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법정을 배경으로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일들을 다뤘다. 건설사 인수전과 기름 유출 사고 등 극의 리얼리티를 느끼게 하는 여러 가지 문제로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조명했다. 시청률만 좋았다면 완벽했지만 유일했지만 너무 큰 흠을 남겼다.
7. SBS '신의 선물-14일'(2014.3.3.~2014.4.22) 4.5% (449명)
유괴된 딸을 살리기 위해 2주 전으로 돌아간 엄마 이보영(김수현)과 전직 강력계 형사 조승우(기동찬)가 의문의 납치범과 벌이는 두뇌게임을 그려냈다. 나란히 연기대상 수상 경력이 있는 두 배우의 호흡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시너지효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진실을 덮기 위해 악행을 저지른 중견배우 주진모의 연기가 더 주목 받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모성애 연기를 펼친 이보영의 연기가 관전 포인트였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은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진 못했다. 평균시청률은 8.8%였다.
8. KBS '빅맨'(2014.4.28~2014.6.17) 2.7% (266명)
시청률 6%로 시작해 12.6%로 종영했다. 동시간대 최하위로 스타트라인을 넘어선 후 1등으로 마무리하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다. 동시간대 경쟁작 SBS '닥터 이방인'과 펼친 시청률 대결도 흥미로웠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회를 거듭할수록 이야기에 탄력을 받았다. 여기에 여심을 흔드는 강지환과 최다니엘의 비주얼이 윤활유 역할을 해줬다. 특히 둘은 각기 다른 수트 스타일링으로 드라마 외적인 재미를 더해줬다. "100점 만점에 90점"이라는 주연 강지환의 종영 소감처럼 배우들의 만족도가 높은 드라마였다.
9. SBS '쓰리 데이즈'(2014.3.5~2014.5.1) 1.8% (183명)
대통령 암살 시도에 대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풀어냈다. '싸인' '유령' 등에서 굵직한 필력을 보여줬던 김은희 작가가 이번에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줬다. 극 중 억울한 누명을 쓴 박유천의 내면 연기는 물론이고 이미 드라마에서 정평이 나 있는 손현주의 여유로움이 잘 어우러졌다. 여기에 장현성·윤제문·안길강 등 감초 조연 배우이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지난 4월에는 중국 내 누적 다운로드수가 2억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박하선은 이 드라마 덕분에 중화권에서의 인지도를 부쩍 높였다. 결과나 내용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10. KBS '감격시대:투신의 탄생'(2014.1.15~2014.4.3) 1.5% (147명)
악재가 많았다. 진세연의 출연 겹치기 논란을 시작으로 드라마 중간에 작가가 교체됐고, 출연료 미지급 사태까지 벌어졌다. 작가가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드라마에 연결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100억이 투자된 대작이라는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외부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최종회 시청률도 중박에 근접한 12.3%였다. 동시간대 경쟁작과의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김현중으로 시작해 김현중으로 끝났지만 한류스타 '김현중의 재발견'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자 결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