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헌(43·노스페이스) 대장이 이끄는 ‘X 히말라야 원정대’가 지난 16일 인천공항을 떠나 15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X 히말라야 원정’이란 2400Km에 이르는 히말라야 산맥을 가로질러 완주하는 프로젝트로 지난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다. 2년전에는 오롯이 패러글라이딩으로 168일 동안 67회 비행해 하늘길 3200km를 날았다.
이번 원정은 보다 다양한 병장기 (兵仗器)를 장착했다. 히말라야 서쪽 파키스탄에서는 스키 등반과 패러글라이딩을 시도하며, 티베트 구간은 MTB로 달린다. 다시 네팔로 넘어와 급류 카약을 타고 히말라야 설원에서 내린 빙하의 물을 타고 계곡을 내려온다. 그리고 다시 인도 시킴(Sikkim)주로 들어와 자전거와 패러글라이딩으로 장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자전거 라이딩 5000km, 카야킹 580km, 스키 등반 150km를 포함해 약 6000km의 히말라야를 횡단하는 프로젝트다. 150여 일 동안 지붕이 있는 집에서 자는 날은 기껏해야 약 20일, 나머지는 모두 노숙해야 한다.
“지난 2012년 패러글라이딩으로 내려다본 히말라야의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래서 이번에는 보다 가까이 가서 히말라야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가 말하는 히말라야의 속살은 계곡이다. 그래서 카약을 타고 계곡을 유영하는 구간이 이번 원정의 핵심이다. 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장정을 시작해 탁실라와 카일라스(6714m) 등 불교와 이슬람, 힌두교의 성지들을 두루 거쳐갈 예정이다. 수 천년 동안 히말라야를 넘나든 순례자들을 발길을 따라갈 예정이다.
박 대장은 거벽 등반가에서 패러글라이딩 파일롯으로 거듭났지만, 카약은 이번이 처음이다.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카약입니다. 솔직히 겁이 나기도 해요. 그래서 급류가 잦아드는 11월쯤 시도할 생각입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만큼 국내외 막론한 전문가들로 원정대를 꾸렸다. 빙하의 물을 거스르는 네팔 카야킹 구간은 사노 바부(31)와 함께 한다. 그는 지난 2011년 에베레스트(8848m)를 등정한 후 패러로 하산한 ‘멀티 클라이머’다. 또 인도 시킴주의 패러글라이딩 파일롯 라주 라이(34)도 현지에서 합류하며 국내 급류카야커 강호(40·지리산카약학교) 대원도 계곡 구간을 함께 한다. 여기에 산악스키 박상현(27), MTB 박대하(29) 대원으로 꾸려졌다.
박 대장은 지난 2005년 네팔 촐라체(6440m) 북벽 등반 도중 손가락 8개를 잃었다. 후배 최강식(35) 대원이 크레바스에 빠졌지만, 끝까지 등반 파트너와 연결된 로프를 놓지 않았다. 후배는 지켰지만, 손가락 없는 손으로 등반을 계속할 수 없었다.
“거벽 등반은 벽에 하나의 선(루트)을 그리는 겁니다. 저는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 하늘에 선을 그었습니다. 거벽 등반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이 선을 찾지 못했을 겁니다. 이번에는 보다 복잡한 선을 찾아 히말라야로 떠납니다. 저에게 히말라야는 종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