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박지성'이 열린 지난 25일 밤 상암벌은 뜨거웠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113명의 관중은 빗 속에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축구스타들의 화려한 플레이와 세리머니를 만끽했다. K리그 올스타전에서 5만 관중이 넘게 들어온 것은 2003년 이후 11년 만이다. '한국축구 레전드' 박지성(33)의 고별무대를 K리그 올스타전과 함께 치르자는 기획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물론 박지성, 이영표(37) 등 은퇴한 대형 스타들의 이름값에 크게 기댔고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는 소외되는 등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번 올스타전은 스토리와 콘텐트가 탄탄하면 K리그도 좋은 상품으로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올스타전의 막전막후를 돌아본다.
◇프로연맹 박지성 은퇴 짐작했다?
박지성 측에서 먼저 올스타전에 참여하자는 의견을 냈다. 박지성 측은 지난 3월 말 "박지성이 올 시즌 후 은퇴하면 고별경기를 K리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프로연맹에 전달했다. K리그를 위해 마지막으로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게 박지성 생각이었다. 당시는 박지성 은퇴가 공식화되기 한참 전이었다. 박지성은 5월에 은퇴를 발표했다. 프로연맹 내부 직원 몇 명은 박지성이 조만간 은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지성과 프로연맹은 이번 올스타전 수익금 일부를 공동기금 형태로 기부할 계획이다.
◇올스타전을 알려라 한 달 프로젝트
프로연맹은 올스타전 D-30인 6월25일부터 대대적으로 홍보·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기존 매스컴과 포털은 물론 포스터나 라디오 홍보 등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서울 전역에 포스터가 나붙었고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티켓을 협찬하며 홍보를 부탁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릴 동영상을 놓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처음에는 박지성, 윤두준(K리그 홍보대사) 등 대형스타나 이름값 있는 K리그 출신 유럽파를 전면에 내세우려 했다. 하지만 한국이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해자 방향이 바뀌었다.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국내파 이근호(상주)와 김승규·김신욱(이상 울산)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 1탄은 브라질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 이근호였다.
이번 올스타전 내내 큰 화제를 몰고온 '이근호의 트랙터 동영상'은 이렇게 탄생했다. 원래는 이근호 다음으로 김승규와 김신욱의 2, 3탄이 나올 예정이었지만 '이근호의 트랙터 동영상' 반응이 워낙 폭발적이라 이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밀고 갔다. 이를 준비한 프로연맹 관련 임직원은 한 달 내내 거의 날밤을 샜다. 그러나 5만 관중이 운집한 모습에 그 동안의 피로는 싹 가셨다. 프로연맹 직원들은 올스타전 후 조촐한 소주 파티로 그 동안의 고생을 털어버렸다.
◇선수 못지 않은 깨알재미 선사한 감독들
올스타전 흥행의 또 다른 주역은 K리그 감독들이었다. 전남 하석주, 서울 최용수, 성남 이상윤, 울산 조민국, 인천 김봉길, 제주 박경훈 감독 등이 심판으로 변신해 기발한 퍼포먼스로 큰 박수를 받았다. 7월 초부터 프로연맹 조영증 경기위원장이 직접 감독들을 섭외했다. 조 위원장이 후배 지도자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하자 대부분 감독이 발 벗고 나섰다. 감독들끼리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고민의 흔적은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휘슬을 불고 깃발을 든 감독들은 경기 내내 깨알같은 재미를 줬다.
◇마지막까지 긴장케 한 부상과 날씨
프로연맹 직원들을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한 것은 부상과 날씨였다. 올스타전을 4~5일 앞두고 차두리(서울)가 종아리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됐다. 올스타전 이틀 전, 상주 이근호가 서울 원정에서 경기 중 쓰러졌다. 프로연맹 직원들은 사색이 됐다. 차두리에 이어 이근호마저…. 다행히 이근호는 부상은 아니었다. 또 하나 변수는 날씨였다. 경기 당일 많은 비가 예보됐다. 경기 전날 저녁 예매표가 1000장 이상 환불돼 프로연맹 직원들의 속을 까맣게 태웠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날씨는 화창했다. 비는 저녁 늦게부터 온다는 소식이었다. 그러자 경기 당일 예매 수량은 전날 취소분을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이 팔렸다.
얼리버드(early bird) 예매도 호응이 좋았다. 이번 올스타전은 1, 2차로 나눠 티켓 판매를 진행했다. 1차로 판매되는 얼리버드 티켓은 2차보다 20% 이상 저렴하고 좋은 좌석도 선점할 수 있었다. 연극이나 콘서트 공연 예매에 쓰이는 얼리버드 방식을 프로연맹이 도입해 큰 효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