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 '루시'는 지난 25일 북미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현지 매체들은 최민식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엔 보아가 데릭 허프와 주연한 '메이크 유어 무브'가 개봉했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박시연·김수현·배두나·이병헌 등이 각기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할리우드에선 왜 한국 배우들에게 계속 눈독을 들일까.
▶최민식·김수현·박시연·하지원 할리우드 잇따라 진출
최민식이 출연한 '루시(국내 개봉은 9월 4일)'는 북미 개봉 첫 주 만에 450억원을 벌어들였다. '루시'는 '제 5원소' '레옹' 등의 명장 뤽 베송이 연출과 제작, 각본까지 맡은 작품. 최민식은 극 중 여주인공 스칼렛 요한슨(루시)을 납치해 몸 속에 강력한 합성 약물을 주입, 두뇌와 육체를 컨트롤하는 극악무도한 미스터장 역을 연기한다. 비중있는 조연에 임팩트 강한 악역이라 향후 할리우드 러브콜이 기대된다.
하지원은 올 가을부터 할리우드 진출 계획을 구체화한다. 지난해 조니 뎁·해리슨 포드·안젤리나 졸리 등이 속해 있는 할리우드 에이전시 UTA(United Talent Agency)와 계약한 뒤 지난 5월 미국에서 20세기폭스·이매진엔터테인먼트 등과 접촉했다. 촬영 중인 영화 '허삼관매혈기'이 크랭크업 하고 나면 가을부터 할리우드 활동에 대한 본격 논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엔 국내 배우들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가 쏟아진다. 먼저 여배우 김수현은 현재 미국 현지에서 영화 '어벤져스2' 촬영 중으로, 내년 5월께 개봉 예정이다. 박시연이 올 초 촬영을 끝낸 '더 라스트 나이츠'도 내년 초 선보인다.
이병헌의 네 번째 할리우드 출연작 '터미네이터:제네시스(터미네이터5)'도 내년 개봉이 목표다. 이병헌은 이 작품에서 '터미네이터' 다음으로 비중높은 'T-1000' 을 맡아 국내 팬들의 기대가 크다. 배두나의 두 번째 할리우드 영화 '주피터 어센딩'도 내년 관객들과 만난다. 워쇼스키 남매 감독과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이병헌·비 교두보…한국 배우의 관심 ↑
한국 배우들에게 할리우드 문턱이 낮아진 건,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올드보이'·'설국열차' 등이 해외 영화시장에서 작품성과 대중성 면에서 두루 호평 받으면서 한국 영화계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덕분에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난 것. 실제로 '어벤져스2'의 경우 지난해 11월 한국 여배우 40여명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동양인 배우가 아닌, 한국 배우에 한해 오디션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더 라스트 나이츠' 측도 박시연에게 먼저 오디션 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시연 소속사 측은 "먼저 영화 오디션 제의가 들어왔다.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먼저 노력한 게 아닌데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놀랐다. 할리우드 내 한국 배우들에 대한 평가와 시선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박시연 역시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진출의 꿈이 있었다. 우연히 온 기회 덕분에 꿈에 한발짝 다가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영화와 배우들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해외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면서 할리우드의 벽이 낮아졌다"며 "최민식의 경우도 '올드보이'를 통해 먼저 외국에서 주목받은 뒤 자연스럽게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지 않았나. 한국 영화가 발전하면서 동양인 배우와 배경에 대한 관심도 커진 분위기다. 할리우드 영화 속 동양인 캐릭터가 늘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이병헌·비 등이 교두보 역할을 한 점도 있다. 영화 관계자는 "이병헌과 비 등 먼저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들이 아시아권에서 흥행 파워를 갖고 있다는 걸 입증했다. 티켓파워뿐 아니라 특유의 성실성과 연기력 등을 보여주면서 한국 배우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면서 "한국 관객들이 워낙 눈이 높아 아시아 전체의 흥행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점 또한 한국 배우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