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15개가 넘는 계열사가 장외거래를 통해 보유 지분을 사고팔았다. 이날 롯데 계열사 간 지분 정리에 들어간 돈만 2507억원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지분거래에 대해 25일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계열사 간 지분 정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초 기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51개로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곳은 롯데제과다. 롯데제과는 그룹 내 51개 순환출자 고리 중 12개 고리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고리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도 지닌다.
그런데 이 롯데제과의 지분을 놓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롯데제과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6월 롯데쇼핑으로부터 롯데제과 주식 6500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5.34%(보유 주식 7만5850주)로 늘렸다.
그러자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도 지난해 8월 6~8일 롯데제과 주식 643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3.52%(보유 주식 5만93주)로 늘렸다. 이후 신 부회장은 거의 매달 롯데제과 지분을 늘렸다. 2013년 9월 620주, 10월 577주, 12월 588주를 사들였다. 올해 들어서도 1월 552주, 3월 568주, 4월 553주, 5월 570주,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529주, 7월28일에 492주를 장내 매수한 결과 신동주 부회장의 현재 롯데제과 지분율은 3.92%다. 신동빈 회장과의 격차는 1.42%까지 줄었다. 롯데제과의 신격호 회장의 지분율은 6.83%다.
두 형제의 지분 확보 경쟁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놓고 두 형제가 본격적인 지분매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2003년 각각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주식을 사들인 후 지난해 초까지 계열사 주식을 매입한 기록이 없었다는 것도 이런 예상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롯데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계열사 간 보유 지분 거래는 매각사의 자금조달 목적, 매입사의 투자 목적과 함께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통한 지분구조 단순화 차원”이라며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시행령 시행을 앞두고 지분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일 뿐, 경영권을 위한 지분 경쟁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