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명문 클럽 초청사, 한국축구 변방에서 중심으로
해외 명문 클럽의 방한사(訪韓史)를 보면 한국축구의 발전이 보인다. 축구 변방에 머물던 한국축구는 명문 클럽의 주축 선수를 배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엘 04 레버쿠젠이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대표팀 공격수 손흥민(22)은 레버쿠젠의 대표 선수로 성장해 한국을 찾았다. 이 친선경기는 LG전자가 레버쿠젠을 초청해 이뤄졌다. 해외 유명 클럽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한 팀은 1961년 브라질 마두레이라(현 3부 리그)였다. 이후 53년 동안 한국축구는 꾸준히 성장했고, 명문 클럽이 한국을 찾는 이유도 변했다.
◇ 대표팀 전력의 리트머스지(紙)
해방 후 한국축구의 사정은 열악했다. 축구만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던 시절이다. 이런 시절이던 1961년 당시 브라질 1부리그에 있던 마두레이라가 아시아투어를 왔다. 일본과 한국을 거쳐 홍콩에서 친선전을 가지는 일정이었다. 故 김용식 선생이 이끌던 한국 대표팀은 마두레이라에 2-4, 0-2로 완패하며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해외 명문 클럽을 초청해 대표팀의 전력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지(紙)로 활용했다.
1970년 포르투갈의 명문 벤피카가 한국을 찾았다. 1970년 도쿄 엑스포 때문에 일본이 벤피카를 초청했는데, 바로 다음에 한국까지 거쳐갔다. 1972년에는 펠레(74)가 뛰는 산투스가 일본을 경유해 한국을 찾았다. 이때 대한축구협회에서 당시 돈으로 3만 달러(약 3000만 원)나 되는 거액의 대전료를 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뒤셀도르프(1984년)·도르트문트(1984·1990년)·레버쿠젠(이상 독일·1994년)과 AC밀란·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1996) 등 명문 클럽이 한국 대표팀과 평가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역사 바꾼 차붐·박지성…그리고 손흥민
차범근(61) SBS 해설위원이 한국인 최초로 유럽 무대에 진출한 뒤 명문 클럽이 방한하는 이유는 서서히 달라졌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1979년 우승팀 함부르크SV(독일)가 방한했고, 이듬해에는 중앙일보가 초청해 프랑크푸르트가 차 위원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프랑크푸르트는 한국 최초의 프로구단으로 발전한 할렐루야와 평가전을 가지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를 초청한 주체가 축구협회가 아니라 언론사인 중앙일보라는 점도 눈에 띈다.
한동안 끊겼던 한국선수의 유럽진출을 2003년 박지성(33)이 이었다. AC밀란·유벤투스의 방한 뒤 명맥이 끊겼던 명문 클럽의 방한도 다시 이어졌다. 박지성이 진출한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번 등이 2003년 피스컵에 초청됐다. 200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박지성은 2007년 다시 소속팀과 함께 방한했다. 당시 6만 명이 넘는 관중이 맨유에서 뛰는 박지성을 보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박지성이 은퇴한 2014년, 독일의 명문 레버쿠젠이 손흥민을 앞세워 방한했다. 지난해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팀의 간판으로 성장했고 이날 4만6722명의 관중을 불러 모으며 자신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