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에 대한 이야기 하지 말아 달라. 우린 아직 멀었다." - 이석명 수원 블루윙즈 단장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 수원 블루윙즈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선두 다툼이 치열하다. 현재 전북이 승점 35로 1위지만 2위 포항(34), 3위 수원(32)과 승점 차가 크지 않다. 1경기면 선두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3팀 모두 1위를 꺼리는 분위기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3일 전남 드래곤즈를 2-0으로 잡고 99일 만에 1위를 탈환했지만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는 "지금 1위는 의미가 없다. 선두가 되면 모든 팀의 타깃이 된다"며 "아직 우리 팀이 완전한 것도 아니다"고 담담해 했다.
포항은 꾸준하게 선두를 지키다가 3일 수원 원정에서 1-4로 완패해 2위로 내려앉았다. 6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이적한 이명주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징계로 빠진 골키퍼 신화용의 빈자리도 컸다. 포항이 여름 이적시장에 선수보강을 제대로 못해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후 주장 황지수는 "우리는 1위라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어 "이제 짐을 덜고 싸울 수 있게 됐다. 선수들도 다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뛸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디펜딩챔피언'인 포항은 작년에도 시즌 막판까지 2위를 달리다가 최종전에서 울산을 잡고 극적으로 역전우승한 경험이 있다. 포항 황선홍 감독도 "2위에서 쫓아가는 것이 편하다. 선두와 승점 차만 크게 벌어지지 않으면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반응이었다.
수원 블루윙즈도 3위에 내심 만족해하고 있다. 수원은 2012년부터 이어진 포항 징크스(1무 7패)를 끊은 게 큰 소득이다. 최근 3연승으로 명가 수원의 위용을 되찾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수원은 6일 전북 원정을 떠난다. 이 경기마저 잡으면 1위 등극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원 선수단 사이에 '1위'는 금기어다. 수원 관계자들은 "포항 징크스를 깬 것에 만족한다. 아직 1위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선두 경쟁 중인 3팀이 모두 '1위'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는 이유는 뭘까. 부담때문이다. 스포츠 심리학전문가인 김병준 인하대 교수는 "결과에 집착하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다. 일단 당장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큰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규리그는 장기레이스다. 중간 1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전북과 포항, 수원은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