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외모는 놀리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런데 제가 봐도 턱이 많이 나오긴 했어요. 히히."
그 아버지에 그 딸이었다. 똑 소리 나는 행동과 말투, 대중 앞에서 발산하는 끼까지 판박이 부녀였다. 지난 5일 잠실 두산-KIA전 5회말 무사 만루 찬스. 타석에 두샨의 5번·지명타자 홍성흔(37)이 나서자 관중석에 있던 딸 화리(8)양의 눈이 반짝였다.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 양현종의 몸쪽 공을 받아쳐 2타점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순식간에 주자 둘이 뛰어 들어오자 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와~ 우리 아빠가 쳤다!"
요즘 홍성흔은 딸 자랑에 여념이 없다. 예쁜 외모에 공부도 잘한다. 최근에는 KBS의 '참 좋은 시절'이라는 주말 드라마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홍성흔은 "요즘은 나보다 (홍)화리를 알아보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이제 나는 뒷전이다. 딸을 위해 열심히 운전만 한다"며 웃곤 한다. 야무지다. 딸은 아빠의 야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호랑이 선생님'으로 돌변한다. 홍성흔은 "딸이 '아빠, 야구 좀 똑바로 잘해요'라고 돌직구를 날린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라 할 말이 없다"며 너스레를 떨곤 한다.
화리 양은 얼마 전에는 유니세프에 드라마 출연료 1000만원을 기부하는 선행을 하며 아빠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홍성흔이 동점타와 쐐기타를 날린 지난 5일, 홍성흔의 아내 김정임씨와 화리 양을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화리 양은 바쁜 촬영 일정으로 두 달 만에 야구장을 찾았다고 했다.
-야구장에서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홍화리(이하 홍)="네. 정말 오랫동안 못 왔어요. 지난 5월 어린이날이랑, 그달 말에 시구를 한 뒤 야구장에 처음 왔어요. 촬영 때문에 바빴거든요."
김정임(이하 김)="이번 주말이 '참 좋은 시절' 마지막 방송이에요. 화리가 정말 바빠요. 그동안 촬영 소화하고 학교 가고 숙제하느라 야구장에 올 겨를이 없었어요."
-오랜만에 딸이 와서 그런지 아빠가 적시타를 치네요.
홍="아빠 경기를 보러 와서 응원할 때마다 야구를 잘하는 것 같아요. 저도 기분이 참 좋아요."
김="정말 그러네요. 성흔씨가 좀 주춤하다가도 딸과 아들이 와서 응원하면 기운을 받나봐요."
-드라마 출연 후 화리 양이 아빠보다 더 유명인사가 됐어요.
홍="아빠도 그렇게 말했어요. 한 번은 가족들과 같이 떡볶이를 먹으러 갔거든요. 팬 두 명이 아빠에게 사인을 받아 가셨는데, 조금 이따가 다른 분들이 다가오셔서 저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어요. 아빠가 옆에서 지켜보다가 '나와는 안 찍으셔도 되는가'라고 불어봤거든요.(웃음) 그랬더니 팬들이 '아니요. 아빠는 됐고, 따님하고만 찍고 싶어요'라고 했어요."
-아빠가 서운했겠는데요.
홍="네. 아빠가 나중에 차에서 '아빠 슬펐다'고 하셨어요.(웃음)"
김="드라마는 시청자층이 넓잖아요. 주부들도 많이 보고요. 어디를 가면 아빠보다 화리부터 알아들 보세요. 애들 아빠가 대리만족도 하고 살짝 질투도 하시는 것 같아요."
-대리만족이요?
김="성흔씨 어릴 때 꿈이 연예인이었어요. 학창시절에도 교실 뒤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그렇게 열심히 춤을 췄대요. 자기는 다시 태어나면 야구선수보다 가수를 하고 싶다고 할 정도에요. 그런데 딸이 방송에 나와서 정말 잘 해주고 인기도 얻으니 기분이 묘한가 봐요. 화리 보면 '너는 좋겠다'고 부러워해요."
-화리 양은 꿈이 뭐에요? 공부도 제법 잘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홍="저는 가수와 연기자요. 노래하고 연기할 때 제일 좋아요."
김="화리가 특히 언어에 재능이 있어요. 영어는 이미 7살 때 또래 중 수준급에 올랐어요. 중국어 자격증도 땄고요. 요즘은 국제화 시대라 연기자나 가수들도 언어 공부를 많이 하더라고요."
-여러모로 아빠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김="끼와 재능을 물려받았어요.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하고 노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외국어 소질도 저보다는 아빠 영향을 받았어요."
-참, 유니세프에 출연료를 기부했어요. 유니세프가 뭐 하는 곳인지 아나요?
홍="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단체라고 알고 있어요. 아프리카 같은 곳에 우물을 파주기도 하고요. 우물 파는 데 1000만원이 든다고 해서 기부하고 싶었어요."
김="화리가 유니세프 관련 화보 촬영을 하다가 '우물 한 곳을 파는 데 100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우연히 들었나 봐요. 나중에 출연료가 들어온 통장을 보여주면서 '이걸로 뭐할래' 했더니 먼저 기부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1000만원이라는 액수가 기억에 남았나 봐요."
-아깝진 않았어요?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인데.
홍="아니요. 아깝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는 아빠가 버시니까요.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는 아빠가 돈을 벌겠다고 약속하셨어요.(웃음) 그래서 불우이웃을 도와도 괜찮아요."
김="아직 어려서 별로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나 봐요. 딸이 착한 일을 하니까 성흔씨도 좋아해요. 아이들한테는 '하고 싶은 것 다 해라. 아빠가 열심히 해서 하루라도 더 벌겠다'고 약속도 하더라고요.(웃음)"
-아빠에게 평소 힘내라고 응원도 보내곤 하나요?
김="화리는 아빠가 야구를 못하면 '돌직구'를 날려요. 잔소리도 많이 하고요. 야구를 정말 잘 알아요. 어린 나이인데 구종도 알고, 주자 상황도 이해해요. 동생과 서로 야구 정보와 아빠 성적을 주고 받아요."
홍="아빠가 출근할 때 '아빠. 왜 그렇게 야구를 못해. 나도 잘 할 테니까 아빠도 좀 잘해' 하고 말해요.(웃음)"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홍="주장은 선수들을 이끄는 거잖아요. 여름이라 많이 덥고 힘들 텐데, 아빠가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빠가 다른 건 몰라도 외모 때문에 욕 먹으시는 건 너무 아쉬워요. 사람은 외모 가지고 놀리면 안 된다고 들었거든요. 특히 턱이 나왔다고 놀림을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