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한창인 푸른 그라운드 너머로 수영장이 보였다. 꼬마 손님들이 쉴새없이 미끄럼틀을 타며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친구와 물장구를 치며 수영을 하는 아이도 보였다. 자녀를 데려온 부모들은 아기들의 물놀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기분이었다.
KIA는 지난 9일부터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좌측 외야 샌드파크에 미니 수영장과 물 미끄럼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후원사와 함께하는 '핫 서머 페스티벌'의 일환이지만 규모나 내용 면에서 결코 형식적이지 않았다. 가로 12m 세로 5m의 이동식 풀장이 좌측 외야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물 미끄럼틀 역시 높이 3m, 길이 8m나 돼 여느 사설 수영장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KIA는 외야 테이블석 곳곳에 비치 파라솔을 설치해 흡사 수영장 같은 모습으로 꾸몄다. 경기장 외부 제2출입구와 제3출입구 사이에는 가로·세로 8m 규모의 미니 보트 수영장과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는 터널형 '워터 게이트'를 세웠다.
개장 첫날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좌측 외야에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박중석(41)씨는 "야구장에 수영장이 설치됐다는 뉴스를 듣고 초등학생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데리고 왔다. 원래 수영장이 설치된 곳이 모래밭이었다. 여름에는 샌드파크보다 수영장이 더 맞는 것 같다. 다음주말에도 또 야구장을 찾을 생각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루 동안 약 100명의 꼬마 팬들이 돌아가며 풀장을 사용했다. 안전요원인 이강서(19)씨는 "오늘 하루 동안 80~100명의 어린이가 수영을 했다. 미끄럼틀을 타고 싶어하는 꼬마들이 많다. 관리 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안전 사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마치 메이저리그 구장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KIA 팬들은 덥다고 바다에 가시지 않으셔도 되겠다. 챔피언스필드에 오시면 야구도 보시고 물놀이도 즐기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8월 9~10일(롯데전), 16~17일(넥센전)에만 운영된다. 주중 경기는 시간도 늦을뿐더러, 가족 단위로 구장을 찾기 다소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영장을 찾은 팬들의 마음은 달랐다. 박중석씨는 "어른들은 현장에서 야구를 보고 아이들은 물놀이까지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수영장 운영을 더 길게 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내년 여름에도 수영장 이벤트를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잔 KIA 마케팅 팀 사원은 "이번 행사는 2주 동안만 진행된다. 8월 중순 이후부터는 가을이 시작돼 날이 선선해지기 때문이다"며 "반응이 상당히 좋다. 내년 여름에도 수영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챔피언스필드에 새로운 야구 관전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