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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사관엔 벚꽃이 있다. 한국대사관엔 무궁화가 없다
미국의 연방 수도 워싱턴 DC엔 요즘 만개한 무궁화가 한창이다. 백무궁화, 홍무궁화부터 연분홍색, 보라색, 자주색 등 탐스러운 꽃송이들이 한국대사관이 위치한 매사추세츠 애버뉴 일대의 주택가에서 쉽게 눈에 띈다.
그러나 정작 한국대사관 정원에서는 무궁화 꽃이 보이지 않는다. 12일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에 따르면 ‘무궁화 부재’는 한국총영사관, 한국문화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뉴시스가 인용 보도했다. 한국총영사관엔 서재필 동상 옆에 뜬금없이 호박꽃만 피어나고 뒤뜰엔 올초 직원들이 심었다는 박들이 주렁주렁 맺히고 있다.
5층건물인 주미대사관은 현관 앞에 조형물과 함께 원형꽃밭이 조성돼 있다. 왼편에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인 무궁화는 어디론가 ‘꽁꽁’ 숨어 있다.
일본대사관은 어떨까. 사실상 나라꽃 역할을 하는 벚나무가 열두그루나 있고 일본 황실을 상징한다는 국화(菊花)도 보기좋게 심어져 있다. 일본대사관은 한국대사관과 불과 20여미터 떨어져 있어 이같은 정원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지금은 철이 아니지만 수령 50년이 넘은 일본 대사관의 벚나무들이 활짝 꽃을 피우는 봄이면 행인들은 물론, 일부러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는 시민들도 있다. 대사관 앞의 아름다운 벚나무들이 일본의 정체성을 시사하는 강력한 상징 식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알려진대로 워싱턴 DC의 포토맥 강변은 미국 최고의 벚꽃명소로도 유명하다.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던 시절 일본이 미국에게 우정의 증표로 선물한 수천 그루가 강변을 따라 촘촘히 심어져있기 때문이다.
벚나무의 원산지는 제주 한라산으로 에도시대에 일본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이 정설로 통한다. 일본은 1910년 12월 미국에 2천그루의 벚나무 묘목을 보냈지만 병충해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전량 소각조치됐다.
일본은 1년여 뒤인 1912년 2월 워싱턴에 3020그루, 뉴욕에 3천그루의 묘목을 추가로 보냈다. 불과 14개월만에 6천그루가 넘는 묘목을 보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동양미술사학자 존 카터 코벨(1910~1996) 박사는 생전에 “일본이 2차 선물한 새 품종 벚나무는 제주도에서 채집한 것으로, 벌레가 먹어 죽은 일본채집본과 달리 생명력이 강해서 미국 풍토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승만 전 대통령은 미국 체류 시절 워싱턴의 아메리카 대학에 제주 왕벚나무 식수 행사를 갖고 미국 정부에 일본산으로 된 벚나무 설명을 한국산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워싱턴한국문화원의 경우, 정원에 돌하르방이 세워져 있는데 건물 앞에 무궁화를 심고 돌하르방 옆에 제주왕벚나무를 심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재미언론인 문기성씨는 “얼마전 대사관 거리에 갔더니 일본대사관엔 벚나무들이 줄줄이 심어져있는데 한국대사관에선 무궁화를 찾을 길이 없었다. 우리의 벚나무가 일본나무로 둔갑한 것도 분한데, 명색이 나라꽃인 무궁화를 제대로 대접 안하는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문기성 씨는 “국화가 일본황실의 문장인 것처럼 무궁화 문양은 대한민국 정부의 양식에 사용되고 있다. 연방수도인 워싱턴의 대사관들은 각국을 상징하는 대표 기관인만큼 한국대사관 정원도 무궁화나무로 꾸며야 하지 않겠냐. 그래야 많은 미국인들이 자기 집 마당에 있는 아름다운 무궁화가 한국의 꽃이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