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의 '깐죽거리 잔혹사'에서 활약 중인 개그우먼 허민(28)은 누구보다 스포츠를 사랑한다. 야구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허민은 "아버지께서 LG를 다니셨는데, 그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LG를 응원했다. 근데 크면서는 두산에 애정이 쏠리더라. 잠실 라이벌 팀을 모두 좋아하게 된 것"이라며 웃더니 "야구를 보면서 인생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허민은 우슈(중국 고유 전통 무술) 2단의 '진짜 유단자'다. 그런 그가 그라운드 위에서 '제대로 된 시구'를 선보였다. 허민은 지난달 3일 잠실 LG-한화전에 개그맨 이동윤과 함께 시타와 시구를 했다. 마운드에 오른 허민은 겉멋 없이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과 정통파의 투구 폼으로 공을 던졌고, 공은 LG 포수 최경철의 미트 속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팬들은 허민의 '개념시구'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의 시구를 지도한 LG 윤지웅은 "가르쳐준 것도 없이 처음부터 잘 던지더라. 야구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난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개그콘서트 녹화 연습이 한창인 그를 만났다.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허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 대개 개그맨들은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개성이 묻어나는 독특한 시구를 하는데 정석으로 공을 던졌다.
“사실 처음에 이동윤 선배가 시구를 하러 가자고 해서 개그맨 야구단 대회에서 하는 줄 알고 마음 편히 갔는데, LG의 시구였다. 잠실구장에 도착해서 상당히 당황했지만, 최대한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포수 미트에 공을 딱 던졌다. 끝.(웃음) 이동윤 선배가 화려한 의상이나 퍼포먼스보다는 정말 잘 던지는 것이 야구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해서 그야말로 정직한 시구를 했다. 그라운드라는 곳이 양 팀 선수들이 승패를 위해 정직한 땀을 흘리는 곳이 아닌가. 나도 그런 것들을 존중하고 싶었다. 공이 포수에게 제대로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구를 지도해준 윤지웅 선수가 잘 던진다고 칭찬하더라. 기분 좋았다.(웃음)"
- 투구폼이 예사롭지 않더라. 야구를 실제로 해 본적은 있나.
"경기에 나가 본적은 없다. KBS 개그맨들이 속한 야구팀 '메세나'에 가서 간혹 캐치볼도 하고, 구경도 한다.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다. 근데 시간에 쫓겨서 기회가 오지 않는다. 주위에서 내가 발도 빠르고 운동 신경도 있어서 내야수를 하면 잘할 것 같다고 말한다."
- 주위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개그콘서트 코너 아이디어 회의 때문에 모이면 야구 얘기를 많이 한다. 박성광 선배를 비롯해 이동윤 선배, 김준호 선배, 김대성 등 개그맨 중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전날 경기 결과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류현진(LA 다저스)의 등판이 있는 날의 화제는 무조건 류현진이다. 야구장에도 종종 간다."
- 야구선수 중에 이상형이 있나.
"두산 오재원이 이상형에 가깝다. 남성스러움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콧수염을 좋아하는데, 오재원이 콧수염이 있다.(웃음) 물론 콧수염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나, 이기기 위해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넘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근성이 있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오재원 선수에게 직접 야구를 배워보고 싶다."
- 본인이 생각하는 야구의 매력은 무엇인가.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 같다. 그래서 나는 야구를 보면서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자가 1루에 나가면 2루와 3루를 거쳐서 홈에 들어온다. 1루에서 홈으로 바로 건너뛸 수는 없다. 물론 홈런이 나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런데 홈런이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인생도 그렇다. 뭐든 순리대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다 보면 홈런이라는 운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마음 급해하고, 전전긍긍해서는 달라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1루에서 바로 3루로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도 살면서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리고 투수와 타자의 수싸움과 밀당(밀고 당기기)도 재미있다. 야구는 알면 알수록 매력있는 스포츠다."
-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허민 구단주와 이름이 같다.
"아직 한 번도 만난 적은 없다. 그분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한 것 같다. 나중에 한 번 만나서 너클볼을 배우고 싶다. 내년에 시구를 한 번 더 할 수 있다면, 그때는 너클볼을 멋지게 던져 보고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