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표팀 사령탑 선임 작업은 향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우선협상 대상자 3명 중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감독(62·네덜란드)에게만 감독직을 제안한 사실이 만천하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접촉할 2, 3순위 후보는 자신이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임을 알고 있다. 협상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결례부터 범한 상황이다. 또한 대한축구협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것도 널리 알려졌다. 이제 협회가 주도권을 잡기 쉽지 않다.
기술위원회가 선정한 2, 3순위 후보는 베일에 가려 있다. 앞서 기술위는 차기사령탑 후보 요건으로 ①대륙별 선수권 대회를 지휘한 경험 ②월드컵 지역 예선을 치러본 경험 ③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낸 경력 ④클럽 축구를 지도한 경험 ⑤대표팀 경기가 없을 때 국내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 ⑥인성을 갖춘 사람 ⑦2018년 러시아월드컵 때 70세가 넘지 않도록 현재 나이 66세 이하 ⑧영어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도자 등 8가지를 내세웠다.
영어에 능통하다는 조건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유럽 출신 지도자가 유력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그리스의 16강을 이끈 페르난도 산토스(60·포르투갈),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스페인을 8강에 올려 놓은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59·스페인),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프랑스대표팀을 준우승에 올려 놓은 레몽 도메네크(62·프랑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가나를 8강에 진출시킨 밀로반 라예바치(60·세르비아) 감독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판 마르베이크 감독처럼 모든 기준에 두루 부합하는 인물은 없다. 산토스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코스타리카와 16강전에서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6경기 출전 징계를 받은 게 걸림돌이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판 마르베이크 감독 외에 2, 3순위 후보는 구색맞추기용 아니었냐는 의구심도 든다.
협회가 1차 협상에 실패한 책임을 만회하기 위해 시간에 쫓겨 함량미달의 후보를 데려오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라리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협회는 2004년 6월에도 프랑스 출신 브루노 메추(사망) 감독과 접촉했다가 실패한 뒤 협상대상자에도 없던 요하네스 본 프레레(68) 감독을 임명해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본 프레레 감독은 지도력에 뚜렷한 한계를 보이며 한국을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고도 사실상 경질됐다. 당시에도 협회는 메추 감독과 공개 협상을 진행했고 처음에 수락 의사를 들었다가 연봉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윤태석 기자 sport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