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보다 지역 행사에서 더 유명한 가수가 있다. 남들보다 늦게 트로트계에 발을 내디뎠지만 열정만은 20대 가수 못지 않은 사람이다. 박세빈. 그는 가요계로 나와 본격적인 활동을 한 지 이제 3여년째. 그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컬 강사로 활동했지만 본인의 음악을 발표하고 싶어 오랜 꿈을 뒤늦게 이뤘다. 박세빈은 "더 늦기 전에 내 이름을 단 앨범을 내고 싶었다"며 웃어보인다. 노래 제목은 '쿨하게'. 제목처럼 시원시원 구성진 트로트 가락이 귀에 착착 감긴다. 그는 현재 웨딩홀 CEO까지 겸하고 있는 생활형 멀티테이너다. 그럼에도 자신을 필요로 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라면 거침없이 달려간다. 제2의 누구가 아닌 독보적인 브랜드를 원하는 박세빈은 데뷔는 늦었을지언정 각오와 인기만은 수직상승을 꿈꾼다.
-가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더 늦기 전에 내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늦은 나이게 댄스나 발라드를 할 순 없지 않냐. 전통가요를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트로트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우리들 인생을 닮은 것 같지 않나. 슬플 땐 발라드를 기쁠 땐 댄스 음악을 찾는다. 트로트를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을 부르고 있는 느낌이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지만 활동이 많다.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전국 톱10 가요쇼' 등 지상파 프로그램에도 여럿 초대받았다. 또 지역방송인 대구 KBS 라디오 '트로트 팔도강산' '토요음악회' 광주 MBC '해변 축제' 여수 MBC '가요베스트' 등에도 출연했다."
-기존 가수와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성숙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아한 목소리와 가창력 정도.(웃음) 또 학생들을 가르쳐봐서 구성진 리듬감도 누구보다 자신있다."
-남편이나 자식이 말리지 않았나.
"뭐 처음에는 걱정이 가득했는데 내 열정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서포터즈다. 아들내미가 고등학생인데 사실 창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싫은 내색 한 번 없다. 고맙다."
-요즘 젊은 트로트 가수도 많은데.
"젊어도 먼저 데뷔했으면 선배이지 않냐. 그렇다고 뭐 엄격하게 기준을 내세워 선배·후배를 나누진 않으니 다행이다. 지역 행사는 다 같이 노는 말 그대로 축제다."
-아직까지 곡이 많진 않다.
"2012년에 첫 앨범을 내놓았다. '쿨하게' '당신이 최고야' 등이 수록된 앨범인데 다행히 지방 행사를 가면 반응이 좋다. 아직까지 서울보다 지방이 강세다."
-혼자 활동하다가 새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다.
"아무래도 혼자 일을 하기엔 한계가 많다. 물론 남편이 같이 움직이긴하지만 그래도 스케줄 관리 등은 전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 낫다. 그러던 중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다."
-공연 중 감격적인 순간은.
"최근에 한 축제를 갔는데 '박세빈'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보이더라. 처음에는 내 이름이 아닌 줄 알았다. 경북 지역 행사 때마다 종종 찾아오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분은 처음봤다. 정말 고마워서 무대 마치고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눈물날만큼 고맙더라."
-음악학원 강사로 유명했다고.
"대구 일대에서는 꽤 아는 사람이 많았다. 당시 어느 음악학원 붐이 확 올라 경쟁이 치열했다가 어느 순간 거품이 빠져 사라지더라. 잘 버티다가 어느 순간 사람들이 줄고 내 음악도 해보고 싶다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접었다."
-웨딩홀을 운영 중이다.
"대구와 부산 두 곳서 운영해오다 지금은 부산만 남아있다.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고 평일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 가수 일과는 맞물리지 않아 다행이다."
-앞으로 계획은.
"트로트는 한 곡으로 이름을 알려야한다. 일단 '쿨하게'를 부르는 박세빈이라는 공식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싶다. 이후 서울 어디서도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아봐주는 날까지 열심히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