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진(45) 두산 타격코치는 민병헌(27·두산)을 보면 마냥 대견스럽다. 그는 "룸메이트 시절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민)병헌이가 이제는 타격왕 경쟁까지 하고 있다. 자랑스럽다"고 했다. 민병헌은 "장원진 코치님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들의 첫 만남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팀 내 베테랑이었던 장원진 코치와 신인 민병헌은 원정 경기 룸메이트였다. 발이 빠르고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던 민병헌은 그해 대주자와 대수비로 활약하며 1군에서 80경기를 소화했다. 장원진 코치는 "그때만 해도 (민)병헌이는 가능성은 있지만, 방망이가 약하다보니 크게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는 아니었다"면서 "지금처럼 자기 것을 가지고 있던 선수가 아니였다. 성공에 대해서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둘은 각자의 길을 걸었다. 장원진 코치는 2008년까지 선수로 등록했지만,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2군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며 은퇴 수순을 밟았다. 민병헌은 2010시즌 후 경찰 야구단에 입단해 군 복무를 했다.
인연은 돌고돌아 2012년에 이어졌다. 지나간 시간 만큼이나 두 사람의 위치도 달라져 있었다. 선후배 지간의 룸메이트였던 장원진 코치와 민병헌은 이제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장원진 코치는 "지금 병헌이를 보면 굉장히 대견스럽다. 야구에 대한 자세와 생각 모두 성장했다"면서 "경찰청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면서 야구에 눈을 떴고, 가정을 이루면서 남편과 아버지가 된 것이 병헌이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장 코치의 말대로 민병헌은 성장했다. 입단 시절 늘 누군가를 대신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섰던 그는 이제 이름 앞에 '주전'이라는 글자를 달고 뛴다. 올해 민병헌은 102경기 출장해 11홈런 71타점·타율 0.362를 기록 중이다. 특히 타율왕 경쟁에서 1위 김태균(한화)과 불과 6리 뒤진 4위다. 장 코치는 "(민)병헌이는 타격왕 경쟁에 욕심이 없다고는 하지만, 나는 병헌이가 타이틀을 땄으면 좋겠다. 이런 기회가 아무때나 오는 것은 아니다. 타이틀을 따고 나면 지금 보다 더 자신감이 붙을 것"이라고 했다. 장원진 코치는 지난 2000년에 170안타를 기록하고 최다 안타 1위의 영예를 누린 바 있다.
이어 장 코치는 "김현수가 입단 때부터 원래 야구를 잘했던 선수라면 병헌이는 순전히 노력형이다. 그래서 늘 병헌이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병헌이 같은 선수가 성공을 해야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병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셔서 장원진 코치님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