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온 선수가 수원 삼성에서 승승장구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한다."
조재민(36) 수원 삼성 스카우트의 바람이다. 수원에서 유소년 영입을 책임지고 있는 조 스카우트의 어깨는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1995년 창단한 수원은 부자구단이었다.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으로 국가대표급 선수를 사서 단숨에 K리그 정상급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2008년 K리그 우승 이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스타를 모으는 '갤럭시' 정책을 포기하고 유소년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 스카우트는 "2년 전부터 시스템 자체를 아예 유소년을 발굴해서 이들 위주로 팀을 운영하려고 한다"고 수원의 방침을 전했다.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가 유소년에서 육성한 선수로 K리그 역사상 첫 더블(리그와 FA컵 동시 우승)을 기록했다. 유소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고, 스카우트 시장은 전쟁터가 됐다. 유소년 선수를 책임지는 스카우트는 1년에 500경기 이상을 본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초·중·고 대회를 자세히 봐야 한다. 집에 들어가는 날이 많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직업이다. 조 스카우트는 "많은 경기와 선수들을 본다. 공부가 많이 돼 좋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일찌감치 스카우트의 길로 들어섰다. 1997년 수원에 선수로 입단했던 조 스카우트는 2007년 대전에서 은퇴했다. 선수시절 K리그에서 7시즌 동안 52경기에 뛰는데 그쳤다. 부상으로 일찌감치 은퇴를 선택해야 했다. 그는 '스카우트'라는 새로운 길에 도전했다. 좋은 선수를 영입했고 성과도 빠르게 냈다. 조 스카우트는 2010년 매탄고 감독을 지냈는데, 당시 그가 뽑은 선수들로 고교 클럽 챌린지리그에서 정상에 올랐다. 당시 주축은 이제 수원 1군에 이름을 올렸다. 권창훈(20)과 민상기(23)·구자룡(22) 등은 조 스카우트가 직접 뽑아온 선수들이다. 이들은 수원에서 서서히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부산으로 임대를 간 연재민(21)도 조 스카우트의 작품이다.
조 스카우트는 "내가 뽑은 아이들이 수원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미래는 더 밝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16세 이하 대표팀에 수원 유스인 매탄고 출신은 박대원과 박상혁·유주안·윤서호·이연규(이상 15) 등 5명이나 포함됐다. 유스 명문인 울산(4명)과 포항(2명)보다 더 많은 숫자다. 조 스카우트는 "더 많은 선수가 경기장에서 뛰어야 한다. 앞으로도 (수원 매탄고 출신은) 늘어날 것이다"며 "지금 태국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 나가 있는 16세 대표에도 많은 선수가 나가 있다. 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