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를 저지른 CJ·SK·한화 그룹 총수들의 옥살이 희비가 엇갈렸다.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의 법원 판결이 차이를 보이면서 처지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재현 회장은 위기 속에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지난 12일 2심(항고심)에서 횡령 115억원, 배임 309억원, 조세포탈 251억원이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의 처벌을 받았다. 이재현 회장측은 상속 문제로 앙숙 관계에 있는 범삼성가 인사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이재현 회장이 신장이식 수술 후유증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으로 신처를 기대했으나 실형이 확정돼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1심의 4년형이 3년으로 감행되고 법정구속을 피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이재현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대법원 상고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만약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이끌어낸다면 옥살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심리하지 않고 하급심의 법리 적용이 제대로 됐는지 살피기 때문에 2심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김승연 회장이 대법원 상고심으로 형벌이 낮춰진 사례가 있다.
이재현 회장과 비교하면 최태원 회장은 최악의 옥살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31일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이후 지금까지 1년 8개월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오는 23일이면 수감 생활 600일을 맞는다. 대기업 총수들이 와병 등을 이유로 구치소 밖에서 재판을 받거나 형 집행정지로 나오는 것과 달리 매일 최장 수감기록을 세우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동생 재원 부회장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공모해 2008년 10~11월 SK텔레콤 등 계열사로부터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 출자금 선지급금 명목으로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월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원심이 확정됐다.
김승연 회장은 3대 총수 중 잘 풀린 경우다. 2012년 8월 1심에서 1585억원을 배임한 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까지 됐다. 그러나 2013년 4월 2심에서 배임액 축소와 피해액 변제 등이 참작돼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는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올해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50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들 3대 총수들의 옥살이 희비에 따라 회사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수감을 피하게 되면서 차츰 경영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반면 SK는 그룹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이 2분기에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등 최태원 회장의 공백으로 그룹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부재가 계속되면 대규모 투자에 대한 결정이 미뤄져 그룹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