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래(22·인천시청)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2014 기아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 2회전(16강)에서 바버라 레프첸코(28·미국)에 0-2(5-7, 1-6)로 완패했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16강까지 올랐던 한나래는 세계의 벽에 막혀 쓰러졌다. 1세트에서는 세계랭킹 43위 레프첸코를 상대로 세트포인트까지 잡으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뽐냈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 서브 범실이 두 차례 이어졌고 경기를 내줬다. 첫 투어 대회 본선을 경험했다는 한나래는 "서브에서 많이 흔들렸다. 자신 있었는데 아쉽다"고 고개를 떨어트렸다.
한나래는 인천 간석초에 다닐 때부터 '테니스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고등학교 때는 주니어 대회를 휩쓸었다. 그러나 2011년 프로로 전향한 뒤 슬럼프에 빠지며 흔들렸다. 한나래는 "인천시청에 오기 전까지 부담감이 많았다. 인천시청에서 부담을 덜고 하면서 성적이 올랐다"고 떠올렸다. 지난 15일 장수정(19·삼성증권)을 꺾은 한나래는 10월 세계랭킹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오를 전망이다. 기아코리아오픈 1회전 전까지 장수정이 세계랭킹 215위로 가장 순위가 높았다. 그러나 1회전에서 장수정을 꺾은 한나래는 250위권에 진입할 전망이다. 반면 장수정은 260위권으로 내려앉아 국내 1위 자리는 한나래가 차지하게 된다.
국내 1위가 끝이 아니다. 한나래는 프랑스의 쥐스틴 에넹(32)을 롤모델로 삼았다. 에넹은 167cm의 작은 키를 극복하고 2006년 프랑스 오픈과 2007, US오픈과 2010년 호주오픈 등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170cm인 한나래도 "나와 키가 비슷하다. 잔 발로 뛰는 발 기술이 좋고, 모든 플레이를 두루 잘한다"며 "나와 비슷해 닮고 싶다"고 했다. 당장 눈 앞에 다가온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한나래는 같은 소속팀의 류미(28·인천시청)와 함께 여자복식에 나간다. 고향에서 열리는 만큼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한나래는 "3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목표다. 약점을 보완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을 넘어 다음 목표는 메이저 대회로 향한다. 한나래는 "이제 250위권으로 올라갈 것이다. 올해 시즌이 금방 끝나 내년 열리는 호주오픈은 힘들다"면서도 "열심히 해외대회를 나가 랭킹을 끌어올려 US오픈에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