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윤지수(21·동의대·사진 오른쪽)의 아버지 윤학길 전 롯데 2군 감독은 이번에 딸의 경기를 처음 지켜봤다고 밝혔다. 사진은 23일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 결승에서 중국의 셴 첸(Shen Chen)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하고 있는 윤지수,
사진제공=뉴시스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윤지수(21·동의대·사진 오른쪽)의 아버지 윤학길 전 롯데 2군 감독은 이번에 딸의 경기를 처음 지켜봤다고 밝혔다. 사진은 23일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 결승에서 중국의 셴 첸(Shen Chen)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하고 있는 윤지수, 사진제공=뉴시스
프로야구 통산 100완투에 빛나는 아버지가 '펜싱 신성'으로 떠오른 딸 덕분에 웃었다.
윤학길(53) 전 롯데 2군 감독의 딸 윤지수(21·동의대)는 23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불리했던 전세를 한국쪽으로 가져 온 당찬 선수는 '간판' 김지연, 이라진보다 윤지수였다. 수화기 너머 윤 감독의 목소리는 감격으로 가득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여서 인천 아시안게임이 되서야 딸의 경기를 처음봤다는 윤 감독과 얘기를 나눴다.(다음은 일문일답)
- (윤)지수양의 경기를 어제(23일) 처음 봤다고 들었다.
"그 동안 딸의 경기를 챙겨보거나 시합장에 나갈 시간이 없었다. 또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윤학길의 딸'이라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면도 있다. (윤)지수도 인터뷰를 하거나 경기에서 잘 해도 기사 제목에 '윤학길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걸 언짢아 했었다.(웃음)"
- 딸의 경기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단체전이라서 특별히 더 마음 졸이면서 봤다. 야구도 마찬가지이지만, 개인전과는 달리 단체전은 항상 '누구 때문에 졌다', '누가 못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나. 내 딸 때문에 금메달을 놓쳤다는 말이 나올까봐 노심초사했다."
- 딸이 펜싱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어떻게든 운동선수가 되려고 하더라. 처음에는 축구선수를 하겠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태권도에 관심을 갖더니 결국은 펜싱선수가 됐다. 그런데 나는 사실 스포츠는 무조건 안된다고 반대했었다."
현역시절 ‘고독한 황태자’로 불렸던 윤학길 감독은 “스포츠는 무조건 안 된다“ 며 운동하겠다는 딸을 뜯어말렸다고 고백했다. 사진은 현역시절 역투하는 윤학길 선수.
- 반대했던 이유는.
"내가 선수출신이다 보니, 그 고생을 뻔히 알고 있다. 딸은 예쁘게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윤)지수는 어려서부터 '대장부'같은 면이 있어서 꼭 스포츠를 하고 싶어 했다."
- 금메달을 딴 후 딸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먼저 수고했다고 격려한 다음, '웃으면서 경기해라'라고 말해줬다. 경기 중 너무 긴장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 어느 정도 여유를 부리라고 했다."
- 집안에서 윤지수는 어떤 딸인가.
"집에서 잘 안 보인다(웃음). '왈가닥'에 유머감각이 넘친다. 아버지에게 살갑게 다가오는 고마운 딸이다."
- 딸에게 한마디 한다면.
"네가 '윤학길의 딸'이 아니라 내가 '윤지수의 아버지'가 되도 좋다. 앞으로도 많은 시합이 있겠지만 최선만 다하고 성적에는 연연하지 않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