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내려간 눈매며 선한 미소가 아들과 판박이였다. 황재균(27·롯데)의 아버지 황정곤(54)씨는 “재균이와는 허물없는 운동 선배이자 인생의 선후배처럼 지냅니다. 아들도 야구 고민부터 여자 친구 이야기까지 모두 공개합니다”라며 밝게 웃었다.
황씨는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이다. 각종 대회의 단복식 부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테니스 명문인 건국대에 입학해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다. 1982년 산업은행에 입행한 뒤에는 스포츠금융단장을 거쳤고 지금도 청담지점장으로 활동 중이다.
황재균의 가족사진.
운동 선수였던 아버지는 아들의 근성과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봤다. “(황)재균이가 사당초 4학년에 재학 중일 때였어요. 학교를 대표해서 시에서 하는 달리기 대회에 나갈 기회가 생겼는데 ‘반에서 2등이다. 혼자 훈련을 하고 싶으니 러닝화를 사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고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벽에 나가 달리기를 했어요. 근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운동 신경도 있었다. 반 대항 야구 경기가 열리면 부지런히 안타를 치고 도루를 했다. 황씨는 사당초 선생님과 야구부 감독을 찾아갔고 아들을 곧바로 야구부에 들여보냈다. 국가대표 출신 아빠는 확실히 달랐다. 운동선수에게 꼭 필요한 점들을 온전히 전수했다. “고등학교(경기고) 3학년 때 현대에 지명된 후 약 5개월 정도 시간이 비었어요. 학교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다보니 탈선하는 청소년들이 많았어요. 저는 그때 재균이에게 ‘학교에 가서 후배들한테 공이라도 던져주라’고 했고, 귀가시간도 철저하게 적용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개인 헬스 트레이너를 붙여서 1대1로 훈련을 시켰어요. 나중에 구단 트레이너가 ‘어디서 몸을 만들었는가. 참 좋은 아버지를 뒀다’고 말하더라고 재균이가 전해주더라고요.”
프로야구에서 손에 꼽히는 미남 황재균의 아버지는 “신붓감으로는 화려한 스타일보다는 내조 잘하는 참한 며느리가 보고 싶네요” 라고 밝혔다.
IS 포토
황재균은 프로야구에서도 손에 꼽히는 미남이다. 훤칠한 키와 세련된 용모를 지녔다. 황씨는 “우리는 그렇게 잘생긴지 모르겠는데 주변에서 미남이라고 칭찬해주시더라”며 멋쩍어했다. 당연히 여성들 사이에 인기도 많다. 부모님이 바라는 아들의 신붓감은 어떤지 궁금했다. 황씨는 “아내도 저도 어른 공경 잘 하는 착한 며느리를 기다립니다. 평범한 집안에서 무난하게 성장한 아가씨라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다만 재균이에게는 ‘TV에 나오는 아가씨는 싫다’고 늘 말해왔어요. 화려한 스타일보다는 내조 잘하는 참한 며느리가 보고 싶네요”라고 했다.
짝꿍을 데려오는 건 아버지가 아니라 황재균이다. 아들이 원하는 이상형과 부모의 기대치는 다를 수 있다. 황씨는 “재균이가 평소 여자 친구 이야기나 고민거리를 잘 털어놓는 편이에요. 정말 작은 것들까지도요. 재균이는 ‘외모는 안 본다. 마음 착하고 웃는 모습이 예쁜 아가씨가 참 좋다. 내가 원정 경기나 전지훈련을 많이 나간다. 외로워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직업이 있는 사람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했어요”라고 전했다.
황재균은 실을 재(載), 무거울 균(鈞)자를 쓴다. 아버지는 아들이 이름 때문이라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수확할 거라며 미소지었다. “이름 풀이를 하면 ‘황금을 무겁게 실어온다’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꼭 황금을 목에 걸 거라고 믿어요. 아들, 힘내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