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힘들까. 1500m는 '수영의 마라톤'이라 불린다. 이 종목은 메달 색깔보다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이 바로 '수영의 마라톤'에서 아름다운 투혼을 발휘했다. 박태환은 26일 오후 7시40분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벌어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500m에 출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운 4위였다.
전문가에 따르면 박태환이 1500m를 치르고 나면 체내 글리코겐(glycogen·동물의 간장이나 근육 따위에 들어 있는 동물성 다당류. 맛이 없고 냄새가 없는 백색 가루로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물질)이 거의 소진된다고 한다. 사람의 신체는 운동을 시작하면 체내 글리코겐이 에너지원으로 소모되는데 건강한 성인이라면 약 300~500g 글리코겐을 보유하고 있다. 유산소든 무산소든 운동을 시작하면 신체 대사량이 증가하고 간과 근육 내 글리코겐을 소진시킨다.
글리코겐이 거의 소진된다는 의미는 자동차로 비유하면 연료를 다 쓰고 배터리도 방전되는 상태를 뜻한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1500m를 뛰고 1시간여 만에 다시 혼계영 400m에 나서는 사실상 무리다. 짧은 시간에 몸의 상태를 다시 평소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죽 같은 유동식 당 섭취가 중요한데 선수들은 이를 주로 바나나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