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준결승 중국전에서, 6회말 무사서 쐐기를 박는 좌중간 3점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며 엄지를 치켜 세우는 박병호.
취재=정시종 기자27일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준결승 중국전에서, 6회말 무사서 쐐기를 박는 좌중간 3점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며 엄지를 치켜 세우는 박병호.
취재=정시종 기자
박병호(28·넥센)에게 이번 인천아시안게임(AG)은 특별했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대표팀의 4번타자 자리를 책임졌다. 주장을 맡아 선수단도 이끌며 '리더'로 인정받기도 했다. 무엇 하나 영광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만큼의 책임감과 부담도 함께 부여 받았다. 대회 내내 '국가대표 4번타자' 대관식을 치른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동안 대표팀 중심타선을 책임졌던 이승엽(삼성)과 김태균(한화), 이대호(소프트뱅크) 등이 빠졌다. 대신 새 얼굴들이 타선을 꾸리며 대표팀 세대교체를 시험했다. 새로운 4번타자로 낙점된 박병호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다. 국가대표 경험이 일천한 그가 과연 국제대회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홈런왕'에게 이 모든 걱정들은 기우일 뿐이었다. 그는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보여줬다.
박병호는 이번 AG 준결승전까지 4경기에서 타율 0.375(16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대표팀의 승리를 맨앞에서 이끌었다. 27일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존재감이 폭발했다. 그는 2-2로 맞선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상대 배터리의 방심을 틈타 2루를 훔치며 경기 흐름을 바꿨다. '4번타자'의 도루에 당황한 배터리가 흔들렸고, 폭투가 나와 박병호는 3루에 안착했다. 이어 나성범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3-2로 이날 경기의 결승 득점을 올렸다. 4-2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6회 무사 1·2루에서는 비로소 승리를 확정짓는 스리런포를 폭발시켰다. 앞으로 박병호의 시대가 더 활짝 열릴 것을 예고한 것과도 같은 '한 방'이었다.
박병호는 2012년 31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생애 첫 홈런왕을 차지했다. 주변에서는 '상대팀의 견제가 들어가면 힘들어질 것이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이듬해 37개의 대포를 쏘아올리며 또다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에는 '외국인 타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48개의 아치를 그리며 또다시 홈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 어떤 어려움에도 더욱 성장하는 모습으로 '믿고 쓰는' 4번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제는 국제대회에서까지 기량을 인정 받으며 새로운 경험까지 쌓았다. '국가대표 4번타자' 박병호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