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라는 스포츠가 그렇다. 2라는 전력을 가진 팀이 8을 이길 수 있다. 예선 2차전 때 대만을 상대로 10-0으로 콜드승을 거뒀던 한국이 결승전에서 이렇게 고전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대만 선발 궈쥔린은 최고 구속 150km대의 빠른 공을 던진다. 변화구도 좋았다. 궈쥔린을 처음 상대하는 한국 타자들이 고전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절대 치기 쉬운 공이 아니었다. 대만은 금메달에 부담감을 내려놓고 경기에 임했다가 선취점을 내고 흐름이 넘어오자 분위기를 탔던 것 같다. 구원 등판한 천관위도 여전히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였다. 안지만(삼성)이 아니었다면 이날의 승부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오늘의 승부처는 뭐니뭐니해도 7회 무사 1·3루의 위기를 무사히 넘긴 안지만의 역투다. 안지만의 공은 위력적이었고, 대만 타자들은 손도 못 댔다. 위기를 넘기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오는 통설처럼 이날도 안지만이 실점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자, 한국 타자들은 8회 동점을 넘어 역전드라마까지 만들어냈다. 한국 대표팀은 분위기를 가져온 후 이를 놓치지 않았고, 점수를 3점 차까지 벌리며 사실상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의 기쁨도 기쁨이지만, 대표팀의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크다. 국가대표로 첫 출전한 민병헌과 황재균, 박병호, 이태양, 한현희 등이 상당히 좋은 활약을 펼치며 다음을 기대케 했다. 아마 다음 국제대회에서는 이들의 '경험'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실력을 충분히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좋은 라이벌이 돼 줬던 대만 대표팀에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만이 오늘처럼 선전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번 대회가 싱겁게 끝이 날 뻔했다.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고도 민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좋은 라이벌을 만나 경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무르게 됐지만, 대만 선수들에게 잘 싸웠다고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결승전이 빛났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과 대만을 제외하고는 위력적인 전력을 갖춘 팀이 없었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꾸렸고, 홍콩과 중국을 비롯한 나머지 팀들의 경우 전력이 상당히 약했다. 콜드 게임이 속출했고, 보는 이들의 흥미도 떨어졌다.
적어도 일본은 아시안게임을 조금 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생각해줬으면 한다. 아시안게임에 프로 선수들을 참가시켜 약체국들의 야구 발전의 배움을 주는 것은 물론, 아시아야구의 흥행요소에도 신경을 썼으면 한다. 그것이 곧 아시아야구가 살아남는 길임을 생각해야 한다.
나도 그랬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금메달을 땄는데 잠이 오겠나. 나는 자다가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