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전. 한국은 태국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전반 35분까지 득점을 하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를 이어갔다. 장신공격수 김신욱(26·울산)이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부상 당한 공백이 컸다. 이광종(50) 감독은 김신욱의 대체자를 찾기 위해 고심했고 태국 전에서는 이종호(22·전남) 카드를 꺼냈다. 이종호는 오른쪽 측면으로 나왔지만 중앙으로 움직이며 제공권을 따내는 역할을 맡았다.
기회도 빨리 잡았다. 전반 9분 만에 이용재(23·나가사키)의 패스를 받아 태국 골키퍼와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 이종호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태국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1대 1 기회를 놓친 이종호는 부담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30분 동안 한국은 태국 특유의 빠른 플레이에 말리며 고전했다.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이 밀리던 경기를 하던 전반 35분, 태국 수비수가 부상으로 쓰러져 경기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김신욱이 김진수(22·호펜하임)에게 다가가 무엇인가를 지시했다. 벤치 선수들이 있어야 하는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한참 벗어나서 열정적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이종호를 불렀다. 대기심이 다가와 막자, 김신욱은 벤치로 돌아가면서도 이종호에게 무어라 조언을 건넸다. 6분 뒤 거짓말처럼 이종호는 머리로 선제골을 뽑았다. 김신욱이 해줘야할 역할을 그대로 한 것이다.
경기를 마친 뒤 김신욱에게 어떤 조언을 했는지 물었다. 김신욱은 "태국 수비진의 가운데 공간이 많았다. 측면으로 빠지지 말고 그 공간을 노리라고 주문했다"고 떠올렸다. 그의 조언대로 이종호는 수비 사이를 파고들어 골을 넣었다. 이에 김신욱은 "조언대로 종호가 잘 움직여줬다. 나보다 종호가 잘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스스로 몸상태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이제 100% 회복됐다. 감독님의 출전지시만 기다리고 있다"며 북한과의 결승전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