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올 시즌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가 잔여 6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4위 LG가 남은 4경기를 모두 패해도 순위를 뒤집지 못한다. 5위에 그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FA 계약에만 128억원을 쏟아붓는 등 투자도 했다. 그럼에서 PS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약해진 허리, 역전패 1위
롯데 불펜진은 올 시즌 14승20패 25세이브 61홀드 평균자책점 5.17을 기록했다. 9개 구단 가운데 홀드 3위, 평균자책점은 4위를 기록했다. 표면상 기록으로는 중간은 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올해 36 차례 역전패를 당했다.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5회까지 앞선 상황에서 역전패 당한 성적은 41승8패로 전체 4위에 그친다. 반면 7회까지 앞선 상황에서 뒤집힌 경기는 한화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허리가 약해지면서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불펜 투수들의 부진이 뼈아팠다. 롯데는 올 시즌 이명우·강영식·이정민·정대현·김성배·김승회로 필승조를 꾸렸다. 이 중 3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건 후반기에 필승조에 합류한 이정민(2.45)가 유일하다. 나머지 필승조는 4점대 평균자책점과 2~3할대 피안타율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필승조의 평균 연령은 33세에 달한다. 노쇠화와 더불어 확실한 역할 분담없이 좌우 기용에 편승한 등판이 불펜진의 과부하를 불러왔다. 마지막 PS에 나선 지난 2012시즌 롯데는 '양떼불펜'이라고 불리는 막강 불펜진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후 두 시즌 동안 하락세를 보였고, 대안은 없었다.
◇전준우·강민호 아쉬운 성적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 최준석을 영입했다. 외국인 타자는 좌타 거포 루이스 히메네스를 데려왔다. '한 방'이 있는 타자들을 중심 타선에 배치했다. 지난해 중심 타선을 맡았던 전준우와 강민호는 하위 타순에 배치됐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둘이 부담감을 떨치고 활약을 해주길 희망했다. 그러나 전준우는 시즌을 앞두고 당한 발목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며 시즌 초반 부진했다. 강민호 역시 올 시즌 16개의 홈런을 때려냈지만, 득점권 타율이 1할대 머무는 등 해결사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롯데는 올해 황재균과 박종윤·정훈·문규현 등 주전 선수들이 성장세를 보였다. 최준석은 '모범 FA'라고 불릴 정도로 제몫을 했다. 외국인 타자는 리스크를 안고 시작한다. 그러나 전준우와 강민호는 필요할 때 힘을 보태지 못했다. 전준우는 올 시즌 타율 0.283·13홈런·64타점·66득점을 올렸다. 강민호는 타율 0.230·16홈런·40타점을 기록 중이다. 박흥식 타격 코치는 "전준우와 강민호가 아쉽다. 둘이 기대 만큼의 활약을 해주지 못했다. 내 잘못이 크다. 심리적인 요소가 아무래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장·프런트, 계속된 엇박자
롯데의 올 시즌 가장 큰 문제는 구단 안팎으로 잡음이 많았다는 점이다.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먼저 지난 5월 권두조 수석코치가 지도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사퇴를 했다. 8월에는 히메네스가 무릎 부상으로 부진하자 태업설이 흘렀다. 9월에는 코칭스태프 개편을 놓고 김시진 감독과 구단 수뇌부가 언성을 높이면서 자진 사퇴설이 나오기도 했다.
상호간 신뢰를 잃었다. 프런트는 외야가 가능한 외국인 타자 영입을 요청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여기에 두 시즌을 치렀지만, 김시진 감독의 지도력과 현장 장악력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따랐다. 현장과 프런트 사이에서 여러 차례 엇박자가 나면서 롯데는 좌초했다.